“검찰 출두 여부 결정된 게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자택 앞에서 만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73)씨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나도 모르겠다”고 짧게 답한 뒤 “기자들과 할 말 없으니 돌아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2007년 12월 특사와 관련해 노씨를 소환하겠다고 밝힌 이튿날,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오후 4시쯤 방문한 봉하마을의 노씨 자택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수 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노씨의 집은 지상 1층에 지하창고가 있는 구조다. 안쪽에서 답이 없어 집 주변을 돌아보던 중, 때마침 지하층의 열린 문 안에서 노씨를 만날 수 있었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노씨는 장갑을 낀 채 지하창고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지하창고에 놓인 선반과 농기구 등은 비교적 가지런히 정리된 상태였고, 창고 한쪽 편은 공사 중인 듯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노씨는 대뜸 돌아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노씨는 화가 난 말투로 “온 종일 기자들에게 전화가 왔다”며 “휴대전화 배터리까지 방전될 정도”라고 푸념을 했다. 그는 “이게 무슨 대단한 기사가 되냐”고 묻고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씨는 “(기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쏘아 붙이고는 집으로 들어간 뒤 다시 나오지 않았다. 노씨는 이날 오전 전화 통화에서는 “내일 서울 올라갈지(검찰 출두)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노씨의 검찰 소환 소식을 들은 봉하마을 주민들은 의아한 눈치였다. 한 마을 주민은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을 못살게 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봉하마을을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씨의 검찰 소환은 이번이 4번째다. 마을 주민들은 노씨가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계 인사들하고는 만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해=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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