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도 불참… 의원회관 지각 출근
안심번호 관련 의구심에 일일이 반박
靑·친박계와 정면 대결 모습은 피해
특별기구서 복수의 案 상정 공론화
金, 100% 국민공천 고집 어려울듯
"결국은 타협점 찾을 것" 전망 많아
‘김의 전쟁’을 시작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그의 입에선 ‘개혁’, ‘정의’, ‘민주’라는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관철시키려는 김 대표가 내세우는 명분이다.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시위에 나선 김 대표는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불러서도 “양보는 없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내년 4ㆍ13 총선을 넘어 그 이후 여권의 지각변동까지 가져올 전쟁의 결말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무대의 명분 “전략공천 막는 게 정의”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이유였으나 이례적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다소 늦게 의원회관으로 출근해 자신을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서는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사무실 앞에 선 채로 “안심번호에 관해선 뭐든지 질문하시라”면서 20분간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한 지역구에서 선거인단의 모수를 2, 3만명 규모로 만들면 역선택의 여지가 확 줄어든다”, “성별, 연령대 등을 비율에 맞춰 정해놓은 상태로 조사를 하니, 기초정보 답변을 하지 않아도 돼 응답률도 기존 여론조사보다 대폭 올라간다”며 안심번호를 둘러싼 의구심에 일일이 반박했다.
김 대표는 취재진과의 문답 이후 사무실에서 기자와 별도로 만나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전략공천이 악용되면 결국 동지의 목을 치는 칼이 된다. 당장 내가 전략공천에 날아간 것 아니냐”면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실현시키려는 이유는 결국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서라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그는 “무엇이 옳은지, 뭐가 정의인지 생각을 해보라”며 “개혁이란 게 이렇게 힘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_이른바 ‘물갈이’를 이유로 전략공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의원총회에서도 그런 주장이 있었다. 내가 전략공천이 악용되면 동지의 목을 치는 칼이 된다고 반박했다. 아니, 내가 당장 전략공천에 날아간 사람 아니냐. 당원과 국민투표로 당 대표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청와대와 특정 계파가 총동원돼 특정 후보를 밀고, 입 바른 소리 잘하는 의원들이 (낙천돼) 날아가고, 그게 옳은 것인가?”
_야당이 전략공천하는 지역 역시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할 생각인가.
“그렇다. 우리가 100% 시행하면 야당도 여론 압박에 전략공천 20%를 고수하기 어려울 거다. ‘민주정당’ 대 ‘비민주정당’의 구도가 되니까.”
_관철시키기 위해 끝까지 갈 텐가.
“다른 어떤 모욕도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공천권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청와대나 친박계와 정면을 맞서는 모양새는 피했다. 전날 청와대를 향해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되받아친 일을 의식하는 듯했다. 취재진 앞에서도 김 대표는 “친박계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청와대와 관련해선 말을 않겠다”고 신중함을 드러냈다.
특별기구서 ‘제3의 절충안’ 나올 가능성도
김 대표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서는 ‘결국 김 대표가 청와대나 친박계와 타협점을 찾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공천제도 논의 특별기구’에서 결국 복수의 안을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더구나 특별기구에 친박계 의원들이 포함될 경우 김 대표가 생각하는 원안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 대표 역시도 ‘단일안’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두, 세가지 안을 내놓고 당내에서 공론화를 거치면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안을 선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20% 전략공천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대표도 100% 국민공천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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