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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에 저장하고픈 '특별한 하루'

입력
2017.09.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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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명세 감독과 함께 '오 마이 액션'

“씬 2, 컷 25, 테이크 2. 카메라 롤!" 카메라가 돌자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레디, 액션!” 감독의 지시에 한 학생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생기 잃은 눈으로 표적을 찾으며 온몸을 뒤트는 모습이 영락없는 좀비(Zombie)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학생 좀비는 거침 없이 몸을 날려 친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컷!”

19일 영화 촬영장으로 변한 충남 공주시 반포중학교 1학년 1반 교실 풍경이다. 학생들은 배우 또는 촬영 보조로서 ‘액션 영화의 거장’ 이명세 감독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의 실제를 경험했다.

#2 무용가 김설진의 'Let’s get it'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은 8월 29일과 30일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숫기 없고 몸놀림도 서툰 학생들을 적극적인 아마추어 예술가로 바꿔 놓은 이는 현대무용가 김설진씨. 학교 선배이자 유명 무용가의 섬세한 가르침에 따라 학생들은 평소 생각하고 느낀 것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3 MC메타와 힙합을… 'Rhyme & Reason'

힙합 가수 MC메타(본명 이재현)는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래퍼(Rapper)가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8월 29일부터 매주 한 차례씩 대전 맹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솔직한 생각을 가사로 옮기고 비트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전수했다. 항상 외부의 소리에만 청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랩 비트에 점점 빠져 들었다. 21일 드디어 그간 연습한 랩을 녹음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선 학생들은 막힘 없이 자신만의 스웨그(Swagㆍ멋)를 분출해 냈다. 학생들은 대표적인 국내 1세대 래퍼와 함께 내면의 소리로 완성한 리듬을 타며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유학기제를 맞은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저명한 문화예술인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창작활동을 경험하는 ‘2017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특별한 하루’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 분야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위 사례 외에도 김광림 작가와 함께 밤 새워 글을 쓰거나 백희나 작가와 그림책을 만들며 서로 위로를 건네는 소중한 경험이 ‘특별한 하루’에서 가능하다. 올해 명예교사로 위촉된 18명의 문화예술인이 총 55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민들과 예술적 영감을 공유해 오고 있다. 10월과 11월에도 마임이스트 유진규씨와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사진가 김아타씨 등이 ‘특별한 하루’의 명예교사로 나선다.

평소 만나기 힘든 유명 문화예술인과 함께하는 만큼 참가자들의 참여와 만족도는 상당하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 청춘을 위로해’의 한 참가자는 후기에 “작가로서 느끼는 명예로움이나 만족감뿐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까지도 여과 없이 얘기해 줘서 좋았다”고 썼다. 이명세 감독의 ‘오 마이 액션’에 참가한 반포중 김성원 학생도 “수업시간엔 꿈도 못 꾸던 연기, 촬영, 편집을 감독님한테 직접 배울 수 있어 특별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광림 작가의 ‘밤새워 글쓰기’ 참가자들처럼 프로그램 종료 후 커뮤니티 창작 모임을 통해 ‘특별한 하루’의 진한 여운을 이어 가기도 한다.

일반인과의 소통과 공감은 명예교사로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에게도 값진 경험이다. 그림책의 주된 독자인 학부모나 아이들보다 청년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백희나 작가는 “위로가 필요한 청년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 수 있어 작가로서 더욱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명세 감독은 “학생들이 협동이 필요한 영화제작에 참여함으로써 개인화, 파편화되어 가는 현실을 돌아보고 성장해가면서 문화 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장은 “'특별한 하루'는 명예교사나 참가자 모두 일상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문화예술의 세계에 들어서는 기회다. 참가자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고 명예교사는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예술작업에서 얻은 영감과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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