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보도 직후 "누가 결정했나"...靑, 국방부 등에 경위 조사 벌여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 김포의 애기봉 등탑 철거 사실이 한국일보(☞10월 22일 기사보기)를 통해 알려진 직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호통을 쳤던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애기봉 등탑 철거에 관한 언론보도를 보고받은 뒤 회의석상에서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면서 호되게 꾸짖었다”며 “등탑은 이미 철거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후속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뒤늦게 국방부와 해병대 등 관련 기관을 상대로 등탑 철거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성탄절을 앞두고 애기봉에서 점등행사를 열려던 종교단체 및 보수 진영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 시설물 관리와 대북 심리전을 맡고 있는 국방부와 통일부 수뇌부도 등탑 철거를 뒤늦게 확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각각 27일과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이 철거된 후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국방부는 일단 애기봉 철거의 절차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포시의 애기봉 평화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등탑과 전당대 등 애기봉 시설물을 내년 3월에 철거키로 지난해 12월 합의했으며 해병2사단이 장병들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철거 시점을 앞당긴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등탑의 철거로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 없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등탑과 기존 전망대를 허물고 새로 짓는 전망대에 전광판을 설치하는 대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김포시의 사업계획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뒤늦게 전광판 설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진노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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