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분기 상품수출액 1년 새 3.8%줄어들어 수출로 번 원화, 2년 연속 감속
"연내 100엔당 800원대" 전망 가격 경쟁에서 日에 더 밀릴 듯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35개월째 흑자 행진에 4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는 실적을 냈지만, 정작 최대 수출시장 중국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수출로 벌어들인 돈(원화 기준)이 2년째 줄어드는 등 외화내빈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엔화 약세 속에 연내 원ㆍ엔 환율의 100엔당 800원대 진입 전망이 확산되면서 우리 수출 영토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잠식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상품수출액(원화 기준)은 전년 동기(512조3,100억원)보다 3.8% 적은 493조87억원을 기록했다. 달러화로 표시된 수출액은 소폭 증가(2.2%)했지만 우리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적어진 것이다. 감소폭은 재작년(-0.9%)보다 4배 이상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상품수출액은 전년(-0.4%)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보다 통상 수출액이 높게 계상되는 정부 통계상으로도 원화 기준 수출액은 2년째 줄어들었다.
수출 실적이 악화된 요인으로 최근의 원화 강세 현상이 먼저 꼽힌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5.1%)을 제외하면 2002년 이래 10년 넘게 유지됐던 대중 수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신창타이(新常態)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표방하면서 내수 중심 성장, 가공무역 탈피 및 기술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수출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둔화돼 올해 5.1%에 그쳤고, 전체 교역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48.5%에서 올해 32.0%로 감소했다. 대중 수출에서 가공무역 비중이 절반을 넘고, 기계 등 자본재 수출 비중(61.9%)이 소비재나 원자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1~10월) 한국제 일반기계 수입규모는 88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2012년(-9.1%), 2013년(-4.4%)에 이어 3년째 감소세다.
엔화 약세는 우리 수출경제의 발목을 잡는 또다른 악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8개 해외투자은행의 올해 4분기 원·엔 환율 평균 예측치는 100엔당 898.9원이다. 원ㆍ엔 환율이 800원대에서 움직인 것은 2008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엔화 약세가 주로 일본의 공급 요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우리의 통제권 바깥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총선 압승을 계기로 추가 양적완화 등 재정지출 확대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3년 이후 2년 동안 일본 수출기업의 주가는 74.3% 올랐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엔저 심화를 등에 업고 이처럼 수익성이 향상된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우리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향후 급증한 이익과 엔저를 활용해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승용차, 일반기계, 반도체 등의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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