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등록 : 2017.05.25 14:56

[최인철의 프레임] 대통령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등록 : 2017.05.25 14:56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유산은 겉으로 드러난 업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좋은 평판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느 날 문득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음을 문득 깨닫고, 삶의 변화가 그로 인한 것임을 느끼고, 그를 생각하며 미소 지을 때, 우리는 그것을 유산이라고 부른다. 유산은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리더의 철학이고, 그의 삶이고, 그의 일상이다.

어느 정부나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늘 국민 행복이었다. 창조 혁신 참여 민주 혹은 행복… 비록 정부마다 표방하는 단어가 달랐을 뿐,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내용은 동일했다. 그런데도 그간의 정부와 대통령의 외침이 국민에게 공허하게 들린 이유는, 그들이 행복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를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의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 행복을 위해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국민 행복을 위해 많은 정책을 고민하기 전에 이 한 가지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점이다. 국민 행복은 잠시 접어두고 대통령 본인부터 행복한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장성한 자식을 여전히 걱정하는 부모에게 자녀가 갖는 간절한 바람은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사장이 사원들의 행복을 위해 대단한 일들을 벌이려고 할 때, 사원들은 간절히 바란다. “사장님이나 잘하세요.” 이런 바람은 결코 “너나 잘하세요” 같은 냉소가 아니다. 행복한 사람이 일도 잘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지혜를 삶의 경험으로, 그리고 연구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대통령 스스로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나의 행복, 나아가 우리 모두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우리도 이제는 일상을 즐길 줄 아는 대통령을 곁에 두고 싶다. 휴가도 포기하고 국정을 고민하는 모습은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당당하게 휴가와 여행을 즐기며 영화와 콘서트를 관람하는, 그런 대통령을 보고 싶다. 새 대통령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정작 자신은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대통령이 아니길 바란다.

행복한 대통령을 위해 감히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규칙적으로 운동하길 바란다. 운동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행복, 삶의 의미를 가져다 주는 묘약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동한 날에는 좋은 일이 많이 뒤따른다. 운동한 날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문제에 부닥쳐도 소극적으로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생긴다. 그러니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꼭 운동하길 바란다.

둘째,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비선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친구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공과 사를 구분하되 가끔 친구들과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거나, 카드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전화 통화라도 하라.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 친한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는 대통령, 아니 자신이 누리는 그런 행복이 국민 행복에 역행한다고 믿는, 너무 비장한 대통령은 행복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는 분이다.

셋째, 읽고 쓰는 습관을 가지길 바란다. 우리도 대통령의 연설에서 감동을 느끼고 싶다. 그의 언어에서 자부심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정책만 신경 쓰지 말고, 개인의 철학과 언어로, 수준 높은 유머로 국민을 감동시켜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읽고 쓰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다양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적는 습관을 가지길 바란다.

넷째, 행복한 사람을 참모로 쓰면 좋겠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 삶에 대한 태도에 격이 있는 사람,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 가족관계가 좋은 사람, 일상에 충실한 그런 사람들과 일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신뢰와 행복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알고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행복한 국가의 조건에 관한 많은 연구는 국민 행복의 상당 부분이 신뢰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무리 국민 행복을 외치더라도 불공평한 법 집행이 한번만 발생하면, 국민의 신뢰를 깨는 리더의 언행이 한번만 발생하면, 편파적 인사가 한번만 발생하면, 국민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간의 정부와 대통령들은 이 점을 간과한 채, 국민 행복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무책임한 일을 저질러왔다. 새 대통령은 사회적 신뢰 형성이 국민 행복의 본질임을 통감하길 바란다.

일상이 건강하고 관계가 풍성하며 소명 의식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대통령. 그의 정치적 신념이 오른쪽 깜박이를 켜든 왼쪽 깜박이를 켜든 상관없다. 우리도 이제 스스로 행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것이 국민에게 대통령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사드 갈등 탓에 한중 공동성명 채택도 없다
농축수산 선물 10만원·경조사비 5만원으로…개정안 가결
호남 순회에서도 통합론 꺾지 않은 안철수, 당 내홍은 악화일로
학교 유휴공간 어린이집 가보니.. 프로그램 공유 등 장점 많아
파행멈춘 MBC 재건 움직임...KBS는 100일차 파업서 전환기 맞을 듯
파월 전 美 국무장관 “北 결코 믿을만한 협상 상대 아냐”
장시호, 실형 후 첫 법정서 연신 눈물…'최순실 혐의' 증언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