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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출 개입하는 KB노조… 노치인가 신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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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출 개입하는 KB노조… 노치인가 신관치인가

입력
2017.09.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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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찬반 설문에 사측 개입”

윤종규 회장 형사고발 조치

회장 연임 반대 등 인사 개입

친노동 정부 업고 목소리 높여

KB금융 차기 회장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노동조합이 윤종규 회장을 형사 고발까지 하고 나서면서 노조의 지나친 요구와 정치적 행보에 대한 ‘노치‘(노조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의 태도는 2014년 10월 내부 출신인 윤 회장이 내정됐을 당시 “관치와 외압을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치켜세운 것과 180도 다른 것이다. KB사태를 겪으며 어렵게 외풍을 차단하고 얻어낸 조직 안정 성과가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개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이루어진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13일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형법상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며 “회사는 윤 회장의 경영승계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1만6,000여명의 휴대폰으로 설문조사 링크를 보냈는데 1만1,000여건의 답변 중 4,282건이 중복 응답으로 나왔다며 사측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와 공동 조사를 벌여 문제가 발견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한 달 전만 해도 KB금융과 노조가 이처럼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회장이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데다 2분기 9,9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신한금융을 앞지르는 등 경영 실적도 나무랄 데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지난달 노조 주장(현 박홍배 위원장을 뽑을 당시 사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대로 관련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초과근무시간 한도 폐지와 한도제한 없는 금전 보상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PC전원을 강제로 끄고 켜는 PC오프제도 도입까지 수용했다.

그러나 노조는 오히려 갈수록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노조가 노동 친화적인 정부를 등에 업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포석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관치에 이어 이젠 ‘노치’가 인사와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공교롭게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며 윤 회장 흔들기란 분석도 없잖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도 “낙하산 인사를 밀기 위한 큰 그림이 있는 게 아닌 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관치금융’ 탓에 금융경쟁력이 138개국 중 80위로 나왔는데 여기에 ‘노치’까지 개입하면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관치 못지 않게 과도한 노치도 결국 정치적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지분 하나 없는 KB금융은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KB사태를 겪으며 경쟁력이 추락했다 최근 겨우 위상을 회복중”이라며 “지금은 노사 화합으로 경쟁력을 더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14일 3차 회의를 열고 후보 7명을 3명 내외로 압축해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성수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노조의 반대로 11일부터 사흘째 출근을 못 하는 것과 관련, “노조를 위한 그런 식의 무모한 행동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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