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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가네코 미스즈(4월 11일)

입력
2018.04.1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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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일본 동시작가 가네코 미스즈가 1903년 오늘 태어났다.
요절한 일본 동시작가 가네코 미스즈가 1903년 오늘 태어났다.

일본 동시작가 가네코 미스즈(金子 みすゞ)는 1903년 4월 11일 야마구치 현 오쓰군(大津郡)의 어촌마을 센자키(仙崎)에서 태어나 27세 생일을 한 달 앞둔 1930년 3월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작품은 생전에도 잠깐 주목을 받았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이내 잊혔고, 제대로 알려진 건 숨지고도 50여 년이 지난 80년대부터였다. 작가의 비극적 삶이 드러난 것도 그 때였다.

작은 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미스즈가 2살이던 1906년 2월 별세했다. 그는 서점을 이어 운영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독서를 즐겼고, 당시 여성으론 드물게 고교 교육을 받았다. 졸업 후 시모노세키의 작은 서점에 점원으로 취직했고, 1926년 서점 점원이던 남자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다.

1920년대는 일본 아동문학이 붐이었다고 한다. 20세 무렵부터 동시를 쓰기 시작한 미스즈는 1923년 문학잡지 5곳에 작품을 응모, 9월 동시에 네 개 잡지에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그는 금세 유명해져 이후 5년 동안 51편의 작품을 더 발표했다.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술꾼인 남편은 그의 작품 활동을 못하게 했고, 성병을 옮기기도 했다. 이혼도 여의치 않았다. 이혼부부의 자녀 양육권이 남편에게 주어지는 게 당시 관습이었고, 그는 딸을 남편에게 맡길 수 없었다. 성병 후유증으로 건강도 악화했다. 급기야 그는 ‘내 목숨을 갖고 대신 딸은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달라’는 유서를 남긴 뒤 자살했다. 이어 중일전쟁과 2차 대전으로 제국 일본은 전쟁의 광풍에 휩쓸렸고, 그도 그의 시도 잊혔다.

66년, 한 시인(야자키 세츠오)이 그의 20년대 시를 우연히 보고 매료된 뒤 근 16년 간 흔적을 추적해 미스즈의 남동생을 만나게 되고, 그가 남긴 일기 3권과 거기 담긴 512편의 작품을 발굴, 전집을 간행했다.

유년의 자연(바다)과 생명, 어촌의 풍경과 어부들의 삶을 소재로 한 그의 시들은 영ㆍ미 등 세계 10여 개 국가에 번역 출간돼 “휘트먼의 생명 찬미와 블레이크의 통찰, 실비아 플라스의 폭넓은 관조를 함께 품은” 작가로 큰 사랑을 누렸다. 특히 플라스와는 비극적 삶이 대비되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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