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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4연임… 스트롱맨보다 미더운 ‘무티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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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4연임… 스트롱맨보다 미더운 ‘무티 리더십’

입력
2017.09.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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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내 정치는 4년 험로 예고

저조한 득표율 ‘반쪽짜리 승리’

극우 정당 원내 첫 진출 허용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베를린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 회의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베를린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 회의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4연임에 성공했다.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져 16년 간 집권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 중에서도 최장 기간 집권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외신들은 메르켈의 장기 집권 성공 비결로 ‘무티(엄마) 리더십’을 꼽았다. 중도 우파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좌파 정책을 적절히 받아 들이는 포용적인 리더십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원전 폐기, 최저임금제 도입, 동성결혼 합법화 등 상대방의 정책을 수용한 점은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곧바로 자기 교정하는 역량도 돋보인다. 영국 주간지 뉴스테이츠먼은 “메르켈에게는 ‘학습 기계’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라며 “난민을 대거 받아들여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것과 관련, 명백한 사과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향 전환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메르켈은 2015년 관대한 난민수용 정책을 시행, 난민 100만명을 수용했지만 이후 난민들이 사회문제화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해 말 “2015년처럼 무분별한 난민 유입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

집권 연장으로 메르켈의 절제된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스트롱맨’들이 즐비한 국제사회에서 환경ㆍ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는 안정적 국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메르켈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외교를 비판했으며, 기후변화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메르켈은 대서양 양안관계에서 안정성을 상징하는 기둥 같은 존재”라며 “그녀의 재선은 이 같은 여건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개혁의 동반자로 꼽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우리는 우리들 나라와 유럽을 위해 결심할 때 필요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메르켈의 재선은 유럽 통합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좋든싫든 메르켈 4기의 독일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정치적으로 메르켈의 향후 4년은 험로가 예상된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33%의 득표율은 1949년(31%)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총선을‘반쪽짜리 승리’로 평가했다. 메르켈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었다. 입법에 있어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며 개운치 않은 승리임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으로 원내 진출한 것이 큰 부담이다. BBC는 “4연임에 성공했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AfD이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독일 공영매체인 도이체벨레도 “CDUㆍCSU가 가장 큰 정당으로 남았지만, 극우 정당이 제3당으로 도약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승리를 거뒀다”며 “앞으로 어려운 길을 갈 것이란 걸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연정 구성에 있어서도 애를 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정 파트너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은 연정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득표율 10.7%)과 좌파 성향의 녹색당(8.9%)과 손을 잡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합’이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자민당과 녹색당은 환경 보호 등의 이슈에서 의견 차이가 있어 CDUㆍCSU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메르켈은 사실상 마지막이 될 집권 4기에서 전임자들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 도이체벨레는 “빌리 브란트는 동방정책으로 데탕트(긴장완화) 시대를 열었고, 헬무트 콜은 독일의 통일을 이끌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복지 국가의 초석을 쌓았지만, 메르켈은 아직까지 유산이라고 할 만한‘의미 있는 성취’가 없다”며 “난민으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유럽연합을 개혁하는 일 등은 메르켈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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