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해야 산다…절박함 발로”
“더민주가 좋아 지지한 건 아니다”
부산 “여당 인사 제대로 일 안 해”
2040 중심으로 의원 교체 분위기
호남 “서민ㆍ지역경제 위한 정책 만들 수 있는 후보 선택한 것”
강남 “중산층도 생활 힘들어 보수정당 지지 무의미해져”
이번 총선결과 부산, 대구, 서울 강남에서는 새누리당 불패 신화가 깨졌고, 호남에서는 터줏대감을 자처하던 더민주당이 참패했다. 전통적인 여야 텃밭에서 주인이 교체된 사례가 간혹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뒤집힌 것은 처음이다.
기존 정치권을 바꾸겠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같지만, 구체적인 의미부여에서는 조금씩 견해가 다른 것도 특징이다.
새누리당 텃밭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를 선택한 수성갑 유권자들은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의 발로”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이모(44)씨는 14일 “대구 시민들도 이제 대통령과의 친분보다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은 31년 만에 야당성향의 김부겸, 무소속 홍의락(북을) 당선자를 배출한 데 대한 자부심으로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다만 일부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야당을 향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 박모(52)씨는 “대통령이 아닌 지역 주민을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정치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심판한 것”이라며 “야당의원도 몇 명 정도는 있어도 좋겠다는 뜻이지 꼭 (더민주가) 좋아서 지지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더민주에서 5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부산에서는 새누리당의 ‘텃밭 불패’ 신화가 깨진 이번 선거 결과를 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압축했다.
김해영 더민주 당선자를 낸 연제구 주민 이모(46)씨는 “2040세대를 중심으로 윗사람 눈치만 보고 시민의 삶에 무관심한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여당후보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식으로 마음을 푹 놓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야당 텃밭인 호남 유일의 여당 후보를 재선시킨 전남 순천 시민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14일 새벽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만난 상인 신모(63)씨는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을 많이 가져오고 숙원사업인 순천대 의대를 꼭 유치해달라”며 “서민과 소상인들의 형편이 나아지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20년 만에 여당 국회의원을 만든 전북 전주을 지역구민들도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의 역할에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전주시 효자1동 정모(54)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북은 지역출신 인사홀대가 심하고 예산확보에서 항상 밀렸다”며 “순천의 이정현 의원처럼 전주에도 예산폭탄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정책을 펴달라”고 말했다.
전현희 더민주 후보가 현역 의원인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를 누른 서울 강남을에서는 새누리당의 경제 실패 책임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인물을 보고 선택했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금융권 종사자 임모(33)씨는 “중산층도 먹고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손모(30)씨도 “유세를 지켜보면서 전현희 후보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공약집을 봐도 전 후보가 지역 현안을 잘 짚었다”고 덧붙였다.
강남을은 지난 2월말 선거구 조정 당시 대치동이 강남병으로 편입되고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개포, 수서, 일원, 세곡동으로 재편되면서 일부에서 야당이 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곡동 주민 이헌기(53)씨는 “세곡동 등에 젊은 주민이 많이 이주해 오면서 강남구의 성향도 바뀌고 있다”며 “여당 후보는 세곡지역 난개발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지역 주민과 소통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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