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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도 독점되나

입력
2014.12.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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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더러 나약하다 탓할 자격이 기성 세대한테 있을까. 그들은 고도 성장의 수혜자이자 국가가 방조한 양극화와 복지 공백의 공모자다. 비(非)소유는 자구와 거부를 위한 미래 세대의 선택인지 모른다. 사진은 88만원 세대 현실을 담은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CJ E&M 제공
요즘 20대더러 나약하다 탓할 자격이 기성 세대한테 있을까. 그들은 고도 성장의 수혜자이자 국가가 방조한 양극화와 복지 공백의 공모자다. 비(非)소유는 자구와 거부를 위한 미래 세대의 선택인지 모른다. 사진은 88만원 세대 현실을 담은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CJ E&M 제공

신 포도 우화는 독점 사회 풍자다. 빈익빈 부익부는 물질뿐 아니다. 욕망도 소수에 쏠린다. 어쩌면 소유욕 포기는 현명하다. 이제 아파트 성공담은 신화로만 남았다. 공유는 저항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욕은 마치 인간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 중 하나가 집에 대한 소유욕이다. (…) 그 때문일까. ‘내 집’에 대한 욕구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주요 동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어느 나라 어떤 정부든 국민의 소유욕과 투기욕을 자극하며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경기를 부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욕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거주할 집은 필요하지만 그게 반드시 내 소유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의다. 사상 최저 금리인데도 이전 세대처럼 굳이 빚 내서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 처음부터 이 세대가 무소유를 추구했을 리는 없다. 소유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소유할 수가 없어서 욕구조차 거세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청년층이 선호하는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고, 저임금 일자리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는 차단돼 있다. 인턴이 정규직 되는 게 마치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심각하게 다뤄지는 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얻을 정도로 살얼음판 같은 취업 시장에서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데, 수억 원이 필요한 내 집 소유는 닿을 수 없는 목표일 뿐이다. (…) 중년을 넘은 세대에겐 일시적인 유행쯤으로 보이겠지만 공유 경제는 ‘비소유 세대’의 등장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다. “내가 젊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못 살았지만 밤낮없이 일해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요즘 젊은이들은 눈높이만 높지 꿈도 없고 나약해 빠졌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 지금 집값은 저임금이라도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법정스님은 소유할 수 있었지만 무소유를 선택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소유할 수 없기에 비소유를 선택한다. 소유 세대와 비소유 세대 사이의 사다리는 이미 치워지고 없다.”

-비소유 세대(한국일보 ‘36.5°’ㆍ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 전문 보기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무일푼으로 사회에 던져진 개인이 안정적인 중산층에 진입하는 지렛대 역할을 꾸준히 했다. 월급을 모아 아파트를 사는 일은 한국 어른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입증하는 일반적 경로였다. (…) 4ㆍ19 세대는 20대에 4ㆍ19혁명을 겪으며 거리에 나섰지만, 이어 여의도와 강남 개발의 수혜자가 되기도 했다. 20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구집권 체제를 구축하는 장면을 목격한 유신 세대가 중견 회사원이 될 때쯤에는, 군사정권의 주택 500만호 건설 정책과 함께 과천, 개포, 목동, 상계 신시가지에 아파트가 올라왔다. 1987년의 민주화는 이들에게 이중의 축복이었다. 3저 호황을 업고 강남과 신시가지 아파트 값이 3~4년 만에 두세배씩 뛰었다. 386세대는 분당, 일산, 평촌 등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숲에 한 칸씩을 차지할 수 있었다. (…) 아파트는 이들 중 상당수를 중산층으로 밀어올렸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기성세대는 사실 모두 ‘아파트 세대’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에게 아파트는 복지였다. 월급 안정적으로 받는 직장만 들어가면,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통장 제도와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싸게 산 뒤 비싸게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아파트는 경제 교육의 산실이기도 했다. 빚과 전세금을 끼고 한 채 값으로 여러 채를 소유하는 자본주의의 레버리지를 배웠다. 그 시절 아파트는 낙수효과의 통로이기도 했다. (…) 여기서 얻은 모든 것은 수출 제조업 중심 고도성장의 과실로부터 흘러내려온 낙수였다. 광고에 목마른 언론도 복지정책 없는 정부도 그 물에 기꺼이 영혼을 담갔다. 9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부터는 달라졌다. 취업이나 결혼과 동시에 아파트를 가질 수 있던 소수만이 거품의 끝자락을 잡았다.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았거나, 큰 빚 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세대 대부분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 뒤는 더하다. 2000년대 20대를 맞은 이들은 그런 기회를 꿈꾸기조차 어렵다. 이미 너무 비싸고, 진입을 쉽게 해주던 제도적 지원이 사라졌으며, 앞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권하는 것처럼 빚내서 샀다가는 아파트에 매여 추락하는 인생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정부는 국민의 소득을 늘려 성장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자꾸만 아파트를 떠올린다. 아마도 기성세대가 경험한 강렬했던 한 시대에 대한 추억 때문이리라. 그런데 과거 아파트가 신화가 된 이유는 그것이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복지정책이자 분배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고령화를 지나 인구 감소를 앞두고 있는 사회에서 아파트가 그런 위상을 갖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경환 부총리와 아파트 신화(9월 10일자 한겨레 ‘세상 읽기’ㆍ이원재 경제평론가 겸 희망제작소 부소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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