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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보ㆍ혁 진검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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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보ㆍ혁 진검 승부

입력
2017.05.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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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성향 로하니 現 대통령

보수 단일 후보 라이시 맞대결

트럼프 탓 핵합의안 위기감 속

글로벌 원유시장 영향 촉각

 

이란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투표를 독려하는 거리 캠페인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투표를 독려하는 거리 캠페인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다음 세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거.”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에 이런 의미를 부여했다. 중도ㆍ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68) 현 대통령과 보수층을 대변하는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56)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대통령 임기 4년은 물론, 대미관계와 서방의 대 이란정책, 중동 질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당초 4파전으로 진행돼 왔던 선거 과정은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단일화를 통해 두 후보의 일대일 진검 승부로 정리됐다.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55) 테헤란 시장과 에샤크 자항기리(60) 부통령이 차례로 라이시, 로하니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해 보혁 대결 구도가 성립된 것. 후보 난립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킨 로하니 대통령에게 대권을 내준 2013년 대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보수파의 선제 대응에 개혁파도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번 선거는 로하니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2015년 핵협상 합의를 놓고 신임 투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해 7월 미국 등 서방 6개국과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내려졌던 각종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고 지난해 1월부터 해제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실제 제재 완화에 따라 이란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6.6% 성장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문제는 지표상 호실적이 민생경제로 파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이란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여전히 30%에 육박하는 등 외교적 성과가 빈곤과 실업 문제 해결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라이시는 핵협상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승인한 만큼 합의안은 존중하되, 로하니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는 17일 유세에서 “현 정부의 친서방 정책으로 현금을 강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적 자립을 강조했다. 하메네이도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대선 토론에서 가치 없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이 통제하는 이란 최고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에 “대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발언을 겨냥해 보수파의 단합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개혁ㆍ개방 및 친서방 행보 등 선명성을 보다 부각하며 대세론을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지지율 60%가 넘는 로하니 대통령이 20% 후반대에 그치고 있는 라이시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17일 유세를 통해 “라이시는 서방과 협상은커녕 국제사회와 대화할 줄도 모르는 후보”라고 공격했다. 검사 출신 성직자인 라이시가 1980년대 정치범 수천명에게 사형을 결정한 전력을 들어 ‘인권 지도자’ 이미지를 띄우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핵합의안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 핵합의안을 “최악의 합의” “재앙”에 비유하며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일단 미 국무부는 이날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결정한 이란 제재 해제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개인ㆍ업체 등에 새 제재를 부과해 어떤 식으로든 이란의 대미관계는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원유시장도 이란 대선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 CNBC방송은 “대미 강경노선을 표방하는 라이시가 당선될 경우 중동 역내 위기를 고조시켜 원유 생산 중단 등 국제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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