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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른 김밥 식당’의 갑질

입력
2017.12.13 15: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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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 등이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대형 김밥을 만들고 있다. 간편하면서 영양도 풍부한 김밥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2017-11-0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 등이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대형 김밥을 만들고 있다. 간편하면서 영양도 풍부한 김밥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2017-11-08(한국일보)

국민학생 시절 오매불망 그리던 행사는 소풍과 운동회였다. 그 전날은 대개 잠을 설쳤다. 평소 먹기 힘든 김밥과 사이다, 삶은 달걀 등을 먹을 수 있어서다. 당시 어린 학생들에게 김밥은 ‘야외에서 먹는 특식’이었다. 어머니는 소금 간한 밥에 단무지 시금치 달걀지단 등을 얹은 김밥을 정성껏 싸주셨다. 부잣집 애들 김밥에는 분홍 빛깔의 어육 소시지나 볶은 고기도 있었다. 어머니들이 김밥을 싸 준 데는 여러 종류의 반찬을 넣은 그럴듯한 도시락을 싸 주기 힘든 가난 탓이 컸다. 소풍의 추억은 김밥을 한국인의 일상식으로 만들었다.

▦ 한국인은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김을 뜻하는 해의(海衣), 해태(海苔)라는 단어가 ‘삼국유사’ 등 여러 문헌에 나온다. 김밥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 19세기 말 쓰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기름을 발라 구운 김을 싸 먹는 데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김쌈’이다. 김에 밥과 반찬을 싸서 먹는 ‘노적쌈’‘복쌈’ 등의 음식 문화도 있었다. 195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 지금 형태의 김밥은 일본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김초밥 중 굵게 말아낸 ‘후토마키(太卷き)’와 유사하다.

▦ ‘바르다 김선생’은 요즘 각광받는 프리미엄 김밥 전문점이다. 가맹사업 4년 만에 2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건강한 먹거리를 중시하는 현대인 기호에 맞춰 ‘바른 김밥 식당’이라는 콘셉트로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했다. 청정지역 김과 간척지 쌀, 무(無)항생제달걀 등 건강한 식재료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그런데 가맹점주들에겐 ‘비뚤어진’ 사업주였나 보다. 김밥 품질과는 무관한 세척제, 음식용기, 위생마스크 등을 고가에 강매하는 갑질을 일삼다 공정거래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 어릴 적 추억의 김밥이 일본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이제 맛과 재료가 전혀 다른 우리 고유음식이 됐다. 단무지 달걀 소시지 정도였던 속 재료는 샐러드 꽁치 아보카도 흑임자 비트 등 영양과 건강을 고려한 웰빙 메뉴로 진화했다. 김밥 전문점은 한국형 패스트푸드의 스테디셀러다. 현재 4만3,800개가 성업 중이다. 전체 음식점 매장 수의 10%다.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폐업률이 낮은 장점 덕이다. 정부가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김밥 가맹사업주들의 갑질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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