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의 고혈압 발생 위험이 커피를 멀리 하는 사람의 70% 수준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커피 애호가의 복부비만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76% 수준이었다.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근거로 커피와 대사증후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 교수팀은 성인 남녀 4,808명(남성 1,960명, 여성 2,846명)을 각자의 하루 커피 섭취량 등을 기준으로 커피를 멀리 하는 그룹(그룹 1)·적당히 마시는 그룹(그룹 2)·많이 마시는 그룹(그룹3)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각 그룹별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산출했다.
대사증후군 발생률에선 세 그룹 간 차이가 별로 없었다. 커피를 양껏 마셔도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특별히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대사증후군의 5대 지표 중 셋 즉, 고혈압·복부비만·고혈당 위험을 낮추는 데는 커피 사랑이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룹 3’의 고혈압 발생률은 ‘그룹 1’보다 30%정도 낮았다. 고혈당·복부비만 발생률도 각각 29%ㆍ24% 하락했다.
조 교수는 “고혈압·고혈당 등의 발생률 수치는 조사 대상의 성·연령·에너지 섭취량·흡연·음주 등 대사증후군의 5대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보정한 결과”이며 “적당한 커피 섭취가 복부비만·고혈압·고혈당 등 대사증후군의 위험 요인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했다.
커피가 고혈압·고혈당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이번 연구의 결론은 하루 5컵의 커피를 마시면 고혈압·2형 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외국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커피를 즐겨 마시면 오히려 혈압이 올라간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조 교수는 “커피가 혈압을 높인다는 연구에서도 습관적인 커피 애호가의 혈압은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커피엔 카페인 카페로열 카페올 클로로겐산 칼륨 마그네슘 나이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다. 이번 연구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고혈압·고혈당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은 복부 비만·고혈압·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고혈당 등 5대 지표 중 셋 이상을 가진 것이다.
남성의 허리둘레가 90㎝ 이상이면 복부 비만(여성 85㎝ 이상), 혈압이 133(최고)/85(최저)㎎/㎗ 이상이면 고혈압,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150㎎/㎗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 남성의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40㎎/㎗ 미만(여성 50㎎/㎗ 미만)이 저HDL콜레스테롤혈증, 공복 혈당이 100㎎/㎗ 이상이면 고혈당이다.
이번 연구에서 커피 애호가 집단인 ‘그룹 3’은 다른 그룹보다 지방 섭취를 통해 얻는 칼로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곡류·식용유 섭취량도 세 그룹 중 최고였다. 커피를 외면하는 ‘그룹 1’의 경우 우유·유제품 섭취량이 다른 그룹보다 많았다.
이번 연구결과(커피 섭취가 한국 성인의 음식군 섭취·영양 섭취·대사증후군에 미치는 효과)는 국제 학술지인 ‘NFS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