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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 개의 취임식

입력
2017.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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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를 포함해 지금까지 44번의 미국 정권인수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게 오바마 정권 출범 당시의 인수활동이다. 비결은 별다른 게 없다. 취임 전까지는 가급적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선인이 미리 나서면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직후인 2008년 11월 7일 시카고 힐튼 호텔에서의 당선 기자회견이 당선인으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 행사였다. “미국에는 하나의 정부와 하나의 대통령만이 있습니다. 내년 1월 20일까지 그 정부는 현재의 부시 행정부입니다.”

▦ 선거 승리 이후 취임까지 두 달 이상 잠적하다시피 한 오바마를 보고 싶은 조바심에서였을까. 그의 취임식은 오바마 정권의 출범을 기뻐하는 환호성과 흥분 그 자체였다. 취임식 현장에서 보고 느낀 미국인들의 뿌듯해 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 사람들은 의사당 인근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한 워싱턴행 전철 안에서 “한두 사람이라도 더 태울 수 있다면 문을 열겠습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도 난다.

▦ 오바마가 조용한 인수기간을 가졌다면 역대급으로 시끄러웠던 건 트럼프의 인수위가 아니었을까 싶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위협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고, 푸틴을 향해서는 “핵 능력을 대폭 확장ㆍ강화하겠다”고 하는 몇 줄짜리 트위터 정치로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다. 안보리의 이스라엘 정착촌 결의 과정에서는 의장국인 이집트를 압박해 표결을 연기시키는가 하면 결의안이 통과되자 “취임 후 달라질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ABO(Anything But Obama)’ 정책으로 오바마의 유산은 이미 폐기 대상이다. ‘하나의 대통령’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안하무인적 행동이다.

▦ 트럼프 취임식이 초라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참가자는 오바마 첫 취임식 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하고,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취임식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원이 50명에 달한다.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들도 속속 불참의사를 밝혀 ‘본인이 축가를 불러야 할지 모른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반대시위 인파가 오히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하니, 안타깝고도 씁쓸한 풍경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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