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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구온난화와 75년만의 상봉

입력
2017.07.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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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채취업자나 사냥꾼이 이따금 오르기는 했어도 중세까지 알프스는 사람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험한 곳이었다.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서있기조차 힘들게 하는 강한 바람, 눈 앞을 가리는 짙은 안개와 변화무쌍한 날씨, 거기에 공포스러운 눈사태와 틈 벌어진 빙하까지 어느 하나 두렵지 않은 게 없었다. 당시 알프스 기슭 사람들이 그곳에 용과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그러나 1786년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사람이 처음 오른 뒤 알프스는 산악인과 여행객이 몰리는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 그렇다고는 해도 알프스는 여전히 위험한 곳이다. 프랑스 3대 산악인 중 한 명인 리오넬 테레이 등 현대의 전문 산악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낙뢰를 맞거나 추락하거나 추위를 견디지 못해 숨을 거둔 한국 산악인도 여럿이다. 특히 눈사태에 휩쓸리거나 빙하 틈에 빠지면 시신조차 찾기 어렵다. 반대로 눈이나 빙하가 녹으면 뒤늦게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단독 등반계의 기린아였던 게오르크 빈클러만 해도 1888년 알프스에서 실종됐다가 68년 뒤인 1956년 빙하 하류에서 열 아홉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 발견됐다.

▦ 1991년에도 꽁꽁 언 남성 시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아이스맨’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 남성은 빙하에서 냉동 건조돼 혈액 속 유전자마저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연구진은 그가 5,300여 년 전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숨졌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그런 그를 사람들은 ‘유럽 최초의 피살자’라 불렀다. 2014년에는 산악 가이드 지망생이었던 파트리스 이베르가 알프스에서 실종된 지 32년 만에 시신으로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있어야 할 곳은 산이었고 그는 그곳에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며칠 전에는 소를 방목하다 실종됐던 부부의 시신이 스위스 남서부 알프스에서 75년 만에 발견됐다. 빙하가 녹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부가 실종된 뒤 일곱 명의 자녀는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그들이 평생 부모를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어느덧 일흔아홉이 된 막내 딸은 “온전한 모습으로 두 분의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알프스는 현재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줄고 눈 부족으로 스키장이 닫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때문에 자녀와 부모가 다시 만나게 됐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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