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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한(恨)’을 푼 29살 김인경, 무엇이 그를 바꿔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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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한(恨)’을 푼 29살 김인경, 무엇이 그를 바꿔놓았나

입력
2017.08.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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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인경/사진=한화 제공

“2012년 좌절은 예스터데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비틀즈 광팬인 김인경(29ㆍ한화)의 승전보를 전하며 뽑은 제목이다. 20대 초반이 득세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때 충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며 만 29살에 화려하게 비상하는 김인경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정점에 섰다.

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ㆍ6,69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총 상금 325만 달러ㆍ우승 상금 48만7,500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때렸다.

김인경은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가 되며 이날 무려 8타를 줄인 동갑내기 조디 샤도프(29ㆍ잉글랜드ㆍ16언더파 272타)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2타 차로 정상에 섰다.

김인경은 의외로 차분했고 씩씩했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며 “어떤 느낌인지는 아직 확실히 잘 모르겠다. 이 놀라운 코스에서 골프를 즐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영외고 1년을 다니다가 2005년 홀로 미국 행 비행기에 오른 이후 US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여세를 몰아 2007년부터 LPGA 무대에서 뛴 김인경이 메이저 대회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승의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을 제치고 올 시즌 다승 단독 선두(3승)로 나선 한편 투어 통산 7승째를 한국의 사상 첫 LPGA 4주 연속 우승으로 장식해 의미를 더했다.

김인경은 5년 전인 2012년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홀에서 30cm 퍼팅을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충격파는 컸다.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LPGA 클래식을 우승하기까지 지독한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그 사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김인경의 시대는 그때 일을 계기로 이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작은 거인 김인경은 올해 기적적으로 부활하고 있다. 원동력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온 멘탈의 강화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원장은 “5번의 연장에서 모두 패한 김인경은 연장전에 약한 선수였다. 그 동안 마음이 약해서 흔들리지 않나 우려됐으나 종전하고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며 “김인경은 멘탈 코치를 찾아가 도움을 받았고 명상도 하면서 멘탈 훈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2타 차로 좁혀왔는데도 흔들림이 없었던 건 정신력이 강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PGA 선수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봉사와 기부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좋은 일을 많이 해온 것도 정신적인 성숙과 무관하지 않다. 한때 불교에 심취했고 아이들이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등 바쁘고 고된 투어 생활에도 자선사업에 두 팔을 걷어붙여 세상을 보는 시각을 스스로 넓혔다. 김인경은 마지막 날 승부를 앞두고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해 뜨는 걸 봤는데 완벽한 광경이었다”고 답했다. 이렇게 승부에 초연한 모습이 궁극적으로 위기의 순간 흔들리지 않는 김인경을 탄생시켰고 남들과 달리 서른을 바라보는 시기에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배경으로 분석된다. 임경빈 원장은 “만 29살에 다른 선수들은 하향세 걷는데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며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그야말로 작은 거인 김인경이다. 큰 고생을 해서 이번 우승이 더욱 값지다”고 축하했다.

비틀즈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일도 우연치고는 극적이다. 김인경은 비틀스 노래 중에서도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운다”는 가사가 반복되는 1968년 앨범 수록곡 블랙버드를 가장 좋아한다. 비틀즈 관련 퀴즈에서 100곡 중 90곡이 넘는 곡을 맞췄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친 신지은(25ㆍ한화)은 단독 6위에 올랐고 김효주(22ㆍ롯데)는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코스 레코드를 세웠던 박인비(29ㆍKB금융그룹)는 마지막 날 이븐파를 쳐 10언더파 278타 공동 11위에 만족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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