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ㆍ부동산 등 민간투자자
“막대한 사업비 위험 부담 커”
정부 차원 담보 등 요구
환경처리비용 국가 부담도 건의
종전 부지 개발이익으로 군(軍) 공항을 옮기려는 경기 수원시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참여를 타진한 민간사업자 대부분이 막대한 사업비 부담에 따른 손실 위험이 크다며 국가차원의 담보를 요구해 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경처리 비용을 국가가 의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국방부 대응이 주목된다.
12일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15일 민간투자설명회를 진행한 결과, 막대한 재원을 장기간 일방적으로 투입해야만 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6,7년에 걸쳐 5조~6조원을 들여 새로운 공군기지를 먼저 지어야만 기존 부지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업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 등 외부 요인으로 사업이 중단되면 ‘해지시 지급금’과 인센티브 등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금융ㆍ건설ㆍ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수조 원 사업비를 마련하려면 사실상 국내 전 금융권이 참여해야 한다”며 “기존 부지를 자금조달 담보로 제공하는 등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부지의 환경처리비용을 ‘국가의무’로 못 박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64만여㎡ 규모의 용산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어서, 그 두 배에 달하는 수원 군 공항(552만여㎡) 치유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원시는 이번 민간 업계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조만간 국방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역시 군 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 광주광역시 등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에 국가가 땅을 담보로 내놓거나, 보증을 선 선례가 없어 국방부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군 공항 이전사업 자체가 수원시와 지역정치권 건의로 첫 걸음을 뗀 상황이어서 국방부가 무리하게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수원시는 다른 지역에 군 공항을 먼저 건설, 옛 기지를 옮긴 뒤 남은 터를 개발해 사업비를 정산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군 공항 이전을 진행 중이다. 사업비는 새 군 공항(1,455만여㎡) 조성에 5조463억원, 기존 부지 개발비 7,825억원, 이전지역 지원사업비 5,111억원 등 모두 6조9,99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방부는 수원시의 이런 계획을 수용, 지난해 2월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성정했으나, 화성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방적인 전투 비행장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화성시의 일관된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신규 군 공항 건설과 기존 부지 개발에 민간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 화성시 등과 협의하되 여의치 않으면 경기도시공사 등 공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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