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재용 기자

등록 : 2017.10.23 04:40

[컴퍼니 인사이드] 에이스침대, 30여년 국내 1위 철옹성… 고가 마케팅 논란 지속

등록 : 2017.10.23 04:40

독자 기술로 국내시장 장악

한샘ㆍ리바트 등도 벽 못 넘어

영업이익률 20% 육박

과도한 광고로 고가 판매 논란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떤 방법도 안 통한다. 한마디로 철옹성이다." 2011년 국내 가구 시장 1위 기업 한샘은 ‘컴포트아이’라는 자체 매트리스를 생산하며 침대 시장에 뛰어든다.

책상, 소파, 책장 등 거의 모든 가구 시장을 장악한 한샘이지만 유독 침대 및 매트리스 시장에서는 에이스침대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당시 가구업체 2위 리바트도 자체 매트리스를 생산하며 침대 시장 공략에 나선다. 코웨이도 매트리스에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며 매트리스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에이스침대의 아성을 넘을 수는 없었다. 에이스침대는 형제기업 시몬스와 함께 지난 30년간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40% 정도를 유지하며 시장 선도 사업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1990년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TV 광고로 유명해진 뒤 국내 고급 침대 시장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소득 증가로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고급 침대를 강조하는 에이스의 마케팅 전략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프링을 적용해 다른 회사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점도 에이스침대의 독주를 가능하게 해줬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주요 가구사들이 에이스침대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지만 지난 30년간 에이스의 위상에는 별 변함이 없었다”며 “수십년 간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없자 최근에는 에이스와 시몬스, 수입 침대를 한 무리로 묶어 고급침대 시장으로 별도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美 씰리서 기술 배운 뒤 독자행보 ‘승부수’

에이스침대는 한국전쟁 때 황해도 사리원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안유수(87) 회장이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세운 에이스침대 공업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안 회장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이 침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의 잠자리 문화도 온돌에서 침대로 바뀌리라 판단해 침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침대를 만들기 위해선 매트리스용 스프링이 필요한데, 1960년대에는 매트리스용 스프링을 만드는 변변한 제조 설비가 국내에 없었다. 안 회장이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아 한 공업사에 스프링 제조 설비 제작을 의뢰하고, 매트리스를 생산했다는 일화는 침대업계에서는 지금도 유명하다.

에이스침대의 본격적인 도약은 1980년대 미국 씰리침대와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에이스침대는 당시 미국 1위 침대업체 씰리와 기술제휴를 맺고 ‘에이스씰리침대’ 라는 제품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며 주한미군 침대 공급과 국내 내수 시장을 동시에 장악해 간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자체 기술력과 유통망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안 회장이 독자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씰리와의 제휴는 끊어지고 만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유명한 광고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에이스의 독자 행보에 씰리는 보루네오 등 다른 가구사에 판권을 맡기고 국내 시장을 공략했지만, 유통망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에이스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잃고 말았다.

침대 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진침대, 상일리베가구 등 국내 침대 업체들이 썰타와 킹코일 등 미국 브랜드를 빌려 국내에서 대리전을 벌였다”며 “에이스는 씰리와 제휴를 끊고 독자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차별화를 이룬 유일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판매관리비 36% 광고비…삼성전자보다 높은 영업이익률

에이스침대가 시몬스와 함께 2000년대 이후 국내 침대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하자 가구업계에서 독과점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에이스가 매트리스를 너무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도 반복되고 있다.

에이스침대 측은 독과점 논란에 대해선 ‘에이스와 시몬스가 지분 관계가 없는 별도 법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고가 마케팅 지적에 대해선 ‘경쟁사 등의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가구사들은 에이스침대의 과도한 광고비 지출을 통해 고가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광고 비용은 회사 매출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278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사용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2,028억원)의 13.7%에 달한다. 이 광고비는 에이스침대의 전체 판매관리비의 36%에 해당한다.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는 것도 제품 고가 판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5년과 지난해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8.1%와 17.8%였다. 보통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은 휴대전화나 게임산업 등 IT 업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제조업체가 이 정도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1%로 에이스침대보다 낮았다. 넷마블게임즈와 넥슨 등 주요 게임업체 정도만이 에이스침대보다 높은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구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한 가구사 관계자는 “가구업체 중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한샘도 지난해 8%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며 “에이스침대의 스프링 제조 기술력이 좋아 높은 부가가치가 생산된다고 해도 IT업계에서나 가능한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스와 시몬스 형제기업서 경쟁자로

에이스침대의 후계구도는 비교적 일찍 정리됐다. 창업주 안유수 회장이 아직 경영일선에 남아 있지만 장남인 안성호(50) 씨가 2002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안 대표는 에이스침대의 지분 74.5%를 확보한 대주주로 실질적 회사 소유권도 확보한 상태다. 안 회장의 차남 안정호(47) 대표는 시몬스를 경영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인 시몬스의 지분은 안정호 대표가 100% 보유하고 있다. 시몬스는 미국 시몬스 상표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매입한 뒤 미국 본사에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고 국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안정호 대표의 개인 회사다. 에이스침대와도 별도의 지분 관계가 없다.

에이스와 시몬스는 과거 ‘자나(Zana)’라는 합작사를 설립해 이탈리아 침대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원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등 생산과정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2012년 두 회사의 매출ㆍ매입 거래 규모는 60여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의 관계 친밀도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 거리 두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두 회사 관계는 형제 기업에서 점차 경쟁기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몬스가 고급 매트리스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에이스침대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간 거래 규모가 2012년 60억원에서 지난해 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며 “두 회사가 타깃으로 삼는 시장 범위도 거의 비슷해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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