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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특목고 폐지하면 평등해진다고?

입력
2017.06.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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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폐지론과 관련한 내 처지와 입장은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두 분은 특목고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처지인데, 정작 자녀들은 줄줄이 특목고나 ‘8학군’ 학교를 졸업시킨 게 드러나 욕을 먹고 있다. 장관 등이 특목고를 폐지하려면 진작부터 자녀도 특목고에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건지 뭔지, 욕하는 사람들의 심사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반면 나는 아이가 동네 일반고에 다니는 처지지만, 오히려 특목고 폐지론을 마땅찮게 보는 입장이니 정반대라는 것이다.

▦ 특목고 폐지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에서 비롯됐다. 특목고가 존재하면 고교가 수직으로 서열화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특목고 가는 바람에 일반고가 황폐화 한다고 했다. 교육불평등이 심화하고 사교육 부담이 증가한다는 식의 주장까지 공약에 수용된 셈이다. 최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도 특목고 폐지가 52.5%로 존속을 바란다는 의견(27.2%)보다 훨씬 많았으니, 정치적으로도 특목고 폐기 공약은 이기는 수를 둔 것이다.

▦ 하지만 특목고 폐지론은 되새길수록 공허하다. 중언부언을 줄여 요약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따로 뽑는 학교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유는 그런 학교인 특목고를 봤더니, 대개 부잣집 아이들이 많이 가고, 그 아이들이 명문대로 대거 진학해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특목고의 존재 자체가 일반고의 학업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걱정도 보태진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과거 고교를 평준화해 보니 강남 8학군만 득세했던 역사나, 그나마 특목고가 비강남 학생 명문대 진출의 교두보가 돼 온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 특목고 폐지 목표가 빈부나 거주지역, 학업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진전된 고교평준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도 문제다. 그런 여건을 만들겠다면 그저 특목고만 없애고 보는 전시행정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우수 교사 우대제도 등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일 방안이나, 우수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확대, 사교육 학원의 지역 할당제 운영 등을 통해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업여건 격차를 점차 해소해 나가는 게 발전적이다. 제발 학생들만 괴로운 공연한 소동, 그만 벌이면 좋겠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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