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6.02.23 17:10
수정 : 2016.02.23 17:51

멸종위기 원숭이 삼순이, 세번째 거처는 행복할까

고은경기자의 반려 배려

등록 : 2016.02.23 17:10
수정 : 2016.02.23 17:51

멸종위기 2급 원숭이 삼순이는 결국 경북 포항에 사는 또 다른 사람이 키우게 됐다. 삼순이 구조 카페 캡처

멸종 위기 게잡이원숭이 ‘삼순이’가 3개월 만에 새로운 거처를 찾았다. 원래 주인도 동물원도 아닌 또 다른 개인의 품이다. 삼순이는 무려 11년간 한 가족과 살았던 사이테스(CITES·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2급 원숭이이다.

그런데 그 가족이 개인적 사정으로 삼순이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며 포기했고 경남 부경 동물원에 보냈다.

동물원으로 이동한 삼순이가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의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됐고, 시민들의 구조 요청이 잇따르면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서울대공원, 부경동물원은 삼순이를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제일 크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이 삼순이를 관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년이나 사람 곁에 살았던 삼순이를 동물원에 보내는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모여 ‘삼순이를 구하자’는 카페를 개설했고, 한 회원이 사비를 내 미니 동물원을 설립하고 사육시설 등록절차를 밟아 삼순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정부는 몰수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관리할 보호시설이나 체계가 없다 보니 동물원이나 박물관을 세워 관람용, 전시용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육시설을 갖추면 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서울대공원은 삼순이 인도를 포기했고, 개인에게는 양도할 수 없다던 부경동물원도 환경청의 허가가 나면 삼순이를 양도하기로 결정을 바꿨다. 환경청은 부경동물원의 양도 신청을 허가한 후 동물원 신고와 사육시설을 갖춘 개인이 낸 삼순이 양수신청을 받아들였고, 이로써 삼순이의 최종 거처가 확정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삼순이가 개인의 품으로 가게 된 것은 국내 야생생물 관리 실태의 허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우선 밀수의 문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마치 반려동물처럼 키우기 위해 불법으로 들여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이 생겨서 또는 싫증이 나서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이 동물들은 갈 곳이 없다. 삼순이는 동물원과 회원들의 관심 속에 거처를 찾았지만 제2, 제3의 삼순이가 발견될 때마다 동물원으로 보내거나 돈 많은 개인이 사육시설을 만들어 키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개인이 돈만 있으면 밀반입된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동물원은 허가가 아니라 신고제기 때문에 설립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데다 사이테스 2급인 원숭이의 경우 넓이 11.6㎥, 높이 2.5m의 사육시설만 갖추면 된다. 야생동물을 키우는 조건을 갖추는 것은 돈과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개인이 키우게 된 삼순이는 노트북 위에서 TV를 즐겨 본다고 한다. 삼순이 구조카페 캡처

현재의 동물원 설립이나 사육시설 기준으로는 밀반입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개인 소유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에 낙동강 환경청은 동물원 시설을 갖춘 사업자에게 양도를 허가한 것이며, 환경부에도 제도 개선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물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기준, 동물 복지를 고려한 사육환경을 내용으로 하는 동물원법은 2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다.

이제 삼순이를 데려간 개인이 삼순이를 잘 돌봐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게 됐다. 경북 포항의 한 상가 건물 동물원에 있는 삼순이는 밥도 잘 먹고 노트북으로 방송도 즐겨 본다고 한다. 삼순이를 위해 미니 동물원을 세운 사람은 동물원을 어떻게 운영할 지 차차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순이가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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