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등록 : 2018.02.20 11:01
수정 : 2018.02.20 11:13

배우 김지현 “이윤택에 성폭행 당한 후 낙태”… 쏟아지는 #미투

성폭력 폭로 이어 방관했다는 자책 반성 글도 잇달아

등록 : 2018.02.20 11:01
수정 : 2018.02.20 11:13

“이윤택에 성추행” 잇단 추가 폭로

배우 이승비도 “나도 당했다”

방관자 자책하는 글도 줄이어

“관행 끝내자” 연극계 위드유 확산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연극계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자신의 성폭행과 성추행등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입니다”, “대학교 때부터 성적 농담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 오히려 받아 칠 수 있는 배포를 가져야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이런 연극계 문화가 당연시 되어온 건 우리 선배들의 관망도 큰 잘못입니다.”

한 번의 산을 넘기까지가 오래 걸렸다.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피해자의 폭로가 시작되자, 연극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은 순식간에 불길이 됐다.그 동안 묵과해 온 공연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자는 관계자들의 ‘위드유(WithYouㆍ당신과 함께 하겠다)’ 캠페인 열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촉발된 연극계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명이 거론된 이윤택 연극연출가, 이명행 배우에 대한 추가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2003~2010년 이 연출가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배우 김지현씨는 19일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2005년 이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낙태 사실을 아신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원인가를 건네시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며 “지금 연희단거리패에 계신 선배님들께선 아마 이 사실을 모르실 거다. 그때 용기 내서 도와달라고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져갈 때 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절 성폭행하시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전 자신의 사람이란 말씀을 하시면서”라고도 털어놓았다. 2002년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등을 받은 배우 이승비씨는 19일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2005년 연극 ‘떼도적’ 주연을 맡았을 때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공연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연극ㆍ뮤지컬 갤러리를 중심으로는 또 다른 유명 연출가, 공연 스태프, 배우 등이 행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특히 2001년, 2002년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쓴 A씨는 그 이전에 밀양연극촌 촌장을 역임한 인간문화재 하용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추가 폭로글을 올렸다. 하씨는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오구’ 출연자로,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이기도 하다.

연극계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는 미투 운동을 넘어서 피해자들을 응원하겠다는 위드유 운동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증언뿐만 아니라 방관자였던 과거를 자책하는 연극인들의 고백도 쏟아지고 있다. 극단 고래의 대표인 이해성 연출가는 페이스북에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논의하고, 다 함께 공부하고 학습해서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장치를 마련하자”며 “그런 의미에서 가해자로서 #metoo를 제안하고,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의미로 #withyou에 동참한다”고 썼다. 김재엽 극작가 겸 연출가는 “인정투쟁에서 살아남을 연극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연극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도 무시해 온 우리의 연극이 과연 정당한 연극이었는가 거듭 자문하게 된다”며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도제식 교육과 집단 작업을 특징으로 한 연극계는 문단과 영화계 등 다른 문화예술계보다 미투 운동의 시작이 늦었다. 어렵게 시작된 만큼 앞으로 찾아야 할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크다. 연극인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극단 고래의 연습실에 자발적으로 모여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주 첫 번째 모임에 참가했던 설유진(극단 907 대표) 연출가는 “이 자리는 피해자가 말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고, 연극계에서 어떤 것까지가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이윤택 연출가 사건이 마무리 되더라도 계속해서 자정작용을 하기 위한 취지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약 20명의 연극 관계자들이 모였다. 설 연출가는 “김수희 대표는 어느 정도 입지가 있는 연출가이기 때문에 폭로가 가능했지만,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배우와 작가들, 학생들은 여전히 폭로가 쉽지 않다”며 “학교에서부터 (성폭력을 당연시 여기도록) 학습되는 잘못된 구조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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