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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빈곤층에 가축 임대… 우유 공동 판매도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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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빈곤층에 가축 임대… 우유 공동 판매도 꿈꾸죠”

입력
2017.10.30 15:3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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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 바트더르지 소장

한국서 유학 왔다가 진로 변경

“가축은행 덕에 빈곤탈출 머잖아”

바트더르지(맨 오른쪽)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 소장이 지난달 초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 빈민촌인 자르갈란트 지역 주민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바트더르지(맨 오른쪽)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 소장이 지난달 초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 빈민촌인 자르갈란트 지역 주민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사냥한 먹이를 주기보단 사냥법을 가르치자며 시작한 게 ‘가축은행’이었어요. 몽골 빈곤층에 돈 대신 새끼를 치면 두고두고 소득원이 되는 가축을 임대한 거죠. 이젠 가축은행을 한 단계 발전시킨 주민협동조합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올해가 그 원년입니다.”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지구촌나눔운동의 몽골사업소에서 활동 중인 바트더르지(38) 소장. 대학을 휴학하고 2001~2007년 7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 실력을 키운 그는 지구촌나눔운동의 해외사업소 첫 현지인 소장을 2012년부터 맡고 있다. 어머니 직업인 기자를 꿈꾸던 그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과 몽골의 사회 질서, 경제 발전 차이를 확연하게 느껴 조국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다 지금의 일을 택했다. 현재 몽골사업소는 소장을 포함한 몽골직원 7명에 한국 자원봉사자 3명 등 총 10명이 일하고 있다.

20년 넘게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몽골 인구는 이달 기준 약 300만명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의 약 9분의 1 수준인 3,200달러(360만원) 수준이다. 전체 인구 절반가량인 140만명(46.1%)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몰려 인구 과밀화가 심각한데, 도심 외곽으로는 아직 도시에 자리 잡지 못한 사람들이 거대한 빈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 활동지역인 자르갈란트 지역 역시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속하지만 시내에서 60㎞가량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도심 외곽 빈민촌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간파한 몽골사업소는 2008년부터 도심 외곽 빈민촌을 중심으로 가축은행 사업을 진행했다. 몽골사업소에서 한국어와 몽골어 간 번역일을 짬짬이 맡던 그가 부소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때다. 바트더르지 소장은 “가축을 임대한 주민들의 상환율이 98%에 이를 만큼 가축은행은 성공적인 사업”이라며 “1999~2001년 몽골 전역을 덮친 혹한으로 가축 1,100만마리가 굶어 죽어 삶의 기반을 잃었던 목축업 종사자 45만명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몽골사업소는 가축은행 외에 주민과 가축들이 추운 겨울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건초사료은행과 주민 분들의 자녀들에게 교육 혜택을 주기 위한 주민 자녀 장학금 사업 등도 함께 진행했다.

몽골사업소는 올해부턴 가축은행이 한 단계 더 발전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주민협동조합을 통한 소득증대 사업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주민들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몽골사업소에 따르면 가축은행을 통해 수도 울란바토르 도심 외곽에서는 집에 소 한 마리 없는 극빈곤층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주민들이 개별로 우유나 소를 팔아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어 이들의 소득증대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몽골사업소는 내년 봄까지 우유를 공동으로 팔기 위한 공동저장고를 만들고, 우유 생산량이 월등하고 상품성이 좋은 우수 품종 소를 기르는 법도 함께 교육하는 등 소득증대 도모사업을 진행 중이다.

바트더르지 소장은 “이달 기준 몽골 한 가정당 월 소득은 도심지역의 경우 240달러(약 27만원), 농촌지역은 101달러(약 11만3,000원)에 불과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4명의 제 자식들이 모두 다 컸을 때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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