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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가상세계에 과몰입… 피해자를 캐릭터로 느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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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가상세계에 과몰입… 피해자를 캐릭터로 느꼈을 수도”

입력
2017.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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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바타 영향 연구 이향재 교수

“현실 감각ㆍ감정 무뎌진 탓

잔혹한 범행 감당했을 듯”

#2

김은주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의학적 인과관계는 연구 필요

게임은 일시적 대리만족 그쳐

현실과 혼동하면 조현병 해당”

8월 30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이향재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는 "인천 살인사건은 김양과 박양 모두 피해자를 캐릭터로 인식하고 범행을 가상세계의 일부분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8월 30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이향재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는 "인천 살인사건은 김양과 박양 모두 피해자를 캐릭터로 인식하고 범행을 가상세계의 일부분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17)양이 잔혹한 범행을 아무렇지 않게 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가상의 역할극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였을까. 잔혹한 내용의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지만, 김양이 현실 판단능력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양과 박양은 피해 아동인 8세 초등생을 가상 캐릭터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냥하러 간다’는 표현 등 사이버 세계에서나 할 법한 대화를 한 것을 보면, 아이를 가상세계 속 사냥감 정도로 인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바타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 온 이향재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김양의 엽기적 범행이 가상 캐릭터 커뮤니티에 과도하게 몰입된 결과라고 말했다. “가상세계에서 죽음을 자주 접하다 보면 현실의 죽음도 그저 영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럴 경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김양이 시신을 훼손하다가 두려움을 느껴 공범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순간에 현실감각이 돌아온 것이다. 캐릭터가 죽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는데, 범죄를 저지르고 냄새가 나고 눈 앞에 피가 보이고 촉감도 느껴지니까 그제서야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가상세계에 과몰입하면서 현실감각과 감정 반응이 무뎌진 탓에 잔혹한 범행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작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김양의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분석해 보면 인정을 받고 관심을 받고 싶은 심리가 강하게 느껴진다. 가상세계에 대한 몰입도가 점점 강해지고, 트위터에서 과장된 발언을 한 것이 보인다. 친구가 없었다는 법정 진술 등을 고려해 보면 현실에서 부족했던 것(관심과 애정)을 가상의 커뮤니티에서 채우려고 하면서 점점 빠져 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현실에 대한 결핍이 채워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가상세계에 깊게 빠질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부연했다. “가상세계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현실도피다. 현실세계에서의 불만을 가상세계에서 채우는 것이다. 김양의 경우 현실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상세계에서는 이를 느낄 필요가 없으니 가상세계와 캐릭터에 더 몰입한 것으로 유추된다.”

하지만 김양이 범행이 드러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점들을 보면 그가 현실과 가상을 아예 구분 못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범행에 나선 김양이 신분을 감추려 선글라스와 여행가방을 든 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아닌 층에서 내렸고, 재판 중에도 논리적으로 자기방어를 해 왔다.

김은주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김양은 ‘이건 가상이다, 현실이다’하는 인식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에 몰입하는 청소년 중에 일상생활에서는 내성적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공격적이거나 성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게임이나 가상세계에서 몰입한다고 해서 현실과 가상을 완전히 혼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질 정도면 조현병에 해당하는데, 김양에게는 조현병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양을 직접 면담해 심리분석한 김태경 우석대 교수는 김양을 사이코패스로 진단했는데, 사이코패스는 오히려 현실 인식과 판단이 명철한 편이다. 김은주 교수는 “’가상세계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나 그 안에서의 언행이 현실에 영향을 주느냐’는 문제는 인과관계가 충분치 않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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