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고 명징한 타건, 청아한 음색, 수려한 외모로 클래식 음악계 최초로 오빠부대를 끌고 다닌 피아니스트 김정원(40) 경희대 교수가 1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세 번째 공연을 연다. 지난해 8월부터 전곡 연주를 시작한 그는 앞선 두 차례 공연에서 선보인 6곡을 3장의 앨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집’(도이치 그라모폰)에 담았다. 국내 피아니스트가 한 작곡가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음반을 낸 건 백건우(베토벤?데카)와 이경숙(모차르트?루비스폴카) 정도다. 김 교수는 2017년까지 2차례 더 콘서트를 열고 21곡 전곡 녹음을 마칠 계획이다.
8일 오전 한남동 일신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꼭 군대 신병훈련 받으며 ‘시간이 이렇게 길게 갈 수 있구나’ 생각하던 때 같다”고 연주회의 중압감을 에둘러 말했다. “14살 때 빈으로 유학을 갔는데 슈베르트의 생가가 하숙집 근처에 있어서 자주 찾아갔어요. 25년간의 유학생활을 정리하고 2009년 귀국했을 때 향수병에 많이 시달렸는데 그때부터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도전이 아니라 여행이죠.”
김씨의 어머니는 드라마 ‘푸른 안개’ ‘옛날의 금잔디’의 작가 이금림. 예민한 성격의 이씨가 드라마 한편을 시작하면 발뒤꿈치를 들고 다녔던 아들은 스승인 조치호 중앙대 교수의 권유로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2001년 데뷔 앨범 ‘쇼팽 4개의 스케르조’(IDC)를 발매하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던 그가 슈베르트에 꽂힌 건 2012년 12월 ‘바흐 & 슈베르트’ 연주회를 열면서다. 그 연주회 후 화려한 기교의 ‘조미료 듬뿍 친 음악’이 아니라, 원재료 맛이 살아있는 있는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는 힘들게 연습하고 무대에서 연주할 때도 공포스럽다. 불필요한 테크닉이 많아 아무도 어려운 걸 몰라주는 곡”이라며 “그래도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도전해볼 만큼 보석 같은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은 베토벤과 같은 소나타 형식이지만 선율에 대한 깊은 음악적 이해가 필요하다. 슈베르트 특유의 “기막힌 선율”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걸맞은 음색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피아노는 활로 음을 빚는 바이올린과 달리 이미 조율된 소리를 내는 악기에요. 누가 건반을 쳐도 같은 음을 내는데, 다만 여러 음을 동시에 내기 때문에 균형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음색이 달라지죠. 슈베르트는 라흐마니노프처럼 리듬이 화려한 음악이 아니라서 사운드로 풀어야 하는 곡이에요. 연주할 때도 녹음할 때도 제일 신경 쓰는 게 음색입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소나타 6번 4번 16번을 연주한다. 초기 중기 후기 작품 중 한 곡씩 골라 소나타 전곡 여정에 단 한번 동참한 관객에게도 시기별 음악을 모두 들려준다는 배려다. (070)8879-8485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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