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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예능도, 동물예능도... 신통찮은 강호동

입력
2016.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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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재기를 위해 종합편성채널로 활동 반경을 넓혔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사진은 1%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마리와 나’에 출연 중인 강호동. JTBC 제공
강호동은 재기를 위해 종합편성채널로 활동 반경을 넓혔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사진은 1%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마리와 나’에 출연 중인 강호동. JTBC 제공

지난해 12월30일 열린 ‘2015 SBS 연예대상’ 시상식. 당시 대상 후보에 오른 강호동(46)이 “대상에 욕심이 난다”고 말하자 MC 전현무는 “올해 어떤 활약을 하셨죠?”라고 되물었다. 대상 후보자에 대한 MC의 무례한 말장난에 시청자 비판이 쏟아졌고, 전현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즉시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하지만 이 소동극은 한때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호령하며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을 독식했던 ‘왕년의 국민 MC’ 강호동의 추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날개 꺾인 형님의 부활이 아득하기만 하다. 2011년 세금 탈세 의혹으로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이후 잇따른 복귀작에서 강호동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동엽, 유재석의 뒤를 이어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진출하며 국민 MC 부활에 불을 지핀 지도 두 달 여다. 하지만 당시 제기됐던 강호동 위기론은 점차 현실이 돼 가는 모양새다.

출연 중인 프로그램 수만 놓고 보면 아쉬울 건 없다. 지상파 프로그램(KBS ‘우리동네 예체능’ㆍ SBS ‘스타킹’)을 포함해 지난해 12월부터 종편 JTBC(‘아는 형님’ㆍ ‘마리와 나’)에 잇달아 얼굴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JTBC ‘셰프원정대-쿡가대표’에까지 합류했다. 한때 MC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방송인 유재석(‘무한도전’ 등 5개 프로그램에 출연)에 뒤지지 않는 프로그램 개수다.

하지만 시청률을 들여다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채널 환경과 TV시청 습관 변화로 시청률에 예전만한 공신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는 하나 강호동이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상파 2개 프로그램을 합쳐 겨우 10%대 턱걸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에도 밀리고 있다. 특히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방송되는 화요일 밤 11시에는 경쟁 프로그램의 면면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저조한 시청률은 그야말로 굴욕이다. 같은 시간대 SBS는 김국진, 강수지 등 중견 스타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을, MBC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을 방영 중이다.

종편에선 상황이 더 안 좋다.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의 시청률은 각각 1%대다. 더구나 ‘아는 형님’은 강호동의 전성기라 할 2006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호흡을 맞춘 여운혁 JTBC CP와의 재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마리와 나’에서 자신의 손바닥 만한 강아지를 껴안고 ‘까꿍 놀이’를 하거나 목욕을 시키며 자상한 아빠의 모습 보여준다. 강호동이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는 있다. 자신의 주특기인 ‘먹방’과 이웃사촌격인 ‘쿡방’(‘쿡가대표’)에 도전하며 최신 예능 트렌드에 합류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아는 형님’의 한 장면. 강호동이 현재 출연 중인 5개 프로그램 중 화제작을 찾기가 어렵다. JTBC 제공
‘아는 형님’의 한 장면. 강호동이 현재 출연 중인 5개 프로그램 중 화제작을 찾기가 어렵다. JTBC 제공

하지만 화제가 안 된다는 게 문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집계한 일간 검색어(2월 23일 기준) TV오락 부문 10위권에 강호동의 프로그램은 한 개도 없다. 그나마 지난 17일 첫 선을 보인 ‘쿡가대표’가 JTBC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냉장고를 부탁해’의 해외판으로 화제가 되면서 시청률 2%대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셰프들이 주인공인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함께 MC를 맡은 안정환과 요리 대결을 벌이는 것 말고는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예능감은 여전할지 몰라도 존재감은 분명 예전만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이나 신동엽도 종편 진출 초반에는 감을 잡지 못하다 서서히 적응해 갔다. (강호동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새로운 예능 포맷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 하는 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남자 동생들을 윽박지르고 거꾸로 그들에게 당하기도 하며 합을 맞춰 갔던 기존의 ‘형님 예능’과 달리 ‘마리와 나’와 ‘쿡가대표’의 경우 동물과 셰프라는 또 다른 핵심 출연자들과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재석, 신동엽처럼 주변 환경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캐릭터와 달리 자신만의 에너지로 밀고 나가는 진행으로 특화된 강호동이 이런 프로그램에 녹아 들지 못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시청률 저조는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 MC 위상을 10여 년째 유지 중인 유재석도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런닝맨’, ‘해피투게더3’ 등이 5~6%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특별한 화제작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세울 만한 대표작 하나 없는 강호동의 현실이 위기임은 분명하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애초부터 대중들이 좋아하고 싫어함이 극명하게 나뉘었던 캐릭터라 부진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유의 밀어붙이는 기존 진행방식을 바꾸지 못하면 지금의 하향곡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과 경쟁 프로그램 시청률(23일 닐슨코리아 기준)

※*표시는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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