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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숨어든 외계인 꼼짝마!

입력
2016.07.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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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챠(Gotcha)! 아파트 화단에 숨어 있는 외계인들.
갓챠(Gotcha)! 아파트 화단에 숨어 있는 외계인들.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외계생명체. 무엇을 염탐하고 있는가.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외계생명체. 무엇을 염탐하고 있는가.
아예 떼로 모여 있는 녀석들도 있다.
아예 떼로 모여 있는 녀석들도 있다.

나사(NASA)의 무인탐사선 ‘주노(Juno)’가 얼마 전 목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앞으로 1년 8개월간 궤도를 돌며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파헤칠 주노의 마지막 임무는 ‘추락’이다. 지구에서 묻혀간 미생물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위성 ‘유로파(Europa)’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 외계생명체의 존재도 밝혀내지 못한 현대 과학이지만 우주적 배려심만은 ‘인터스텔라’ 급이다.

때마침 지구에선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PokemonGo)’열풍이 불고 있다. 너도나도 포켓몬을 잡기 위해 거리를 뒤지고 있다. 그러나 보안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에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이 ‘핫’한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포켓몬 대신 외계인을 잡는 건 어떨까. 오래 전부터 인간의 상상 속에선 모양도 성격도 능력도 다양한 외계생명체가 존재해 오지 않았나. 우리가 외계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동안 그들은 지구정복을 꿈꿔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숨은 외계인을 찾아라’. 이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고 싶다면 우선 35년 전 개봉된 영화 'E.T.' 속 외계인들이 실제로 지구에 침투, 호시탐탐 전면침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믿자. 황당하겠지만 게임이란 게 원래 허구 아닌가. 준비해야 할 장비는 휴대폰과 두 눈뿐. '포켓몬고' 처럼 증강현실에 몰두하다 위험한 현실에 노출될 염려도 없다. 슬슬 걸어 다니며 보이는 대로 찍으면 되니까. 아직 ‘감’을 못 잡은 초보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 리뷰를 준비했다.

아파트 화단은 외계인들이 잠복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아파트 화단은 외계인들이 잠복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녀석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녀석들.
같은 별에서 왔지만 생각은 다 다르겠지.
같은 별에서 왔지만 생각은 다 다르겠지.

#‘숨은 외계인을 찾아라’ 게임 리뷰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왠지 으스스한 기운이 엄습했다. ‘알파고(AlphaGo)’ 도 부러워한다는 인간의 오감을 작동하자 어둡고 강력한 에너지가 감지된다. 반사적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주변을 살폈다. 화단 속에 잠복한 채 나를 감시하고 있는 두 녀석, ‘스프링클러송수구’라는 명찰은 송아지처럼 커다란 두 눈과 식빵 같이 생긴 머리를 감추려는 위장술에 불과했다. 외계인임을 확신하며 찰칵.

고층빌딩과 상가가 밀집한 대로변으로 나섰다. 믿기 어렵겠지만 언제부턴가 이 지역은 외계인들이 대놓고 활보하는 자유구역이 돼버렸다. 아무런 위장도 없이 목을 길게 빼고 세상 구경을 하거나 나란히 서서 포섭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이 녀석들 역시 나의 셔터를 피할 순 없다. 가끔 운 나쁜 녀석들도 보인다. 넓적한 대가리 위에 놓인 쓰레기 때문에 스타일 구기는 경우는 개중 양반이다. 대책 없이 시장 통으로 잠입했다가 산더미 같은 물건에 깔리거나 성미 고약한 지구인에게 잡혀 목 졸림을 당하는 녀석, 감옥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셔터를 누르기 미안할 정도로 안쓰러워도 어쩔 수 없다. 지구의 안위가 달려있으니.

지하 송풍구 위로 대가리를 빠끔히 내민 녀석들은 외계인 중 목이 가장 긴 종족이다. 십여 미터 아래 몸통을 본 사람은 지구상에 몇 안 된다. 그러고 보니 녀석들은 ‘허당’끼가 있다. 한 때 탈레반이 힘 좀 쓰는 것 같다며 터번을 둘러쓰질 않나 메르스가 창궐하자 살아보겠다고 비닐 마스크를 쓰질 않나…. 블랙홀 여행의 필수인 플라스틱 보안경마저 눈 뜨고 빼앗긴 녀석들 또한 적지 않다. 오늘 하루 평소 다니던 거리에서만 포획한 외계인이 수십 명이다. 내일은 또 어떤 녀석들이 눈에 띄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등 뒤 어둠 속에서 또다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운 나쁜 녀석. 질기디 질긴 비닐끈으로 목을 졸리고 있다.
운 나쁜 녀석. 질기디 질긴 비닐끈으로 목을 졸리고 있다.
외계인 살려! 외계인을 알아보지 못한 시장 상인이 물건을 마구 쌓아 놓았다.
외계인 살려! 외계인을 알아보지 못한 시장 상인이 물건을 마구 쌓아 놓았다.
감옥에 갇힌 녀석들. 청소 노동 교화 중인가?
감옥에 갇힌 녀석들. 청소 노동 교화 중인가?
탈레반이 되고 싶은 외계인(왼쪽)과 비닐 마스크를 쓴 외게인.
탈레반이 되고 싶은 외계인(왼쪽)과 비닐 마스크를 쓴 외게인.
어둠 속에서 감시와 첩보작전을 수행 중인 외계인. 섬뜩하지 않은가.
어둠 속에서 감시와 첩보작전을 수행 중인 외계인. 섬뜩하지 않은가.

#도넛이 사람 얼굴로 보이는 건… 기분 탓?

공상과학영화 ‘E.T.’의 외계인 캐릭터를 닮은 철제 장치는 고층 빌딩이나 상가 건물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결 송수구다. 화재 시 스프링클러나 옥내 소화전으로 저수량을 모두 소비하고도 불이 꺼지지 않을 경우 이 설비를 통해 건물 내부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외계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소화설비에서 ‘E.T.’의 얼굴을 연상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현상으로 규정한다. ‘변상증(變像症)’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형태가 모호한 대상에 익숙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착각을 뜻한다. 구름이나 화성 표면 사진에서 동물 또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심리 역시 이에 해당한다.

눈썹과 눈, 입의 위치와 모양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이모티콘. 자세히 보면 사람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눈썹과 눈, 입의 위치와 모양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이모티콘. 자세히 보면 사람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파레이돌리아’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모티콘이다. 실제 사람의 얼굴과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얼굴 같은 느낌을 주는 까닭은 인지심리학자 비더만(Biederman)의 ‘성분에 의한 재인(Recognitions by Components)’론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얼굴처럼 보이기 위한 조건, 즉 이모티콘에 배열된 눈 코 입(성분)을 사람들은 이전에 경험한 얼굴 형태로 알아보기(재인)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 현상을 사진에 응용할 경우 더욱 흥미롭다. 이미 머리 속에 각인된 사람 얼굴이나 괴물, 외계인, 동물 등의 형태를 포함한 사진을 보며 나름대로 의미를 확장하고 상상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 당신은 이 사진들을 보며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가.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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