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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네거리 1조2000억 주상복합, 좌초위기서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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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네거리 1조2000억 주상복합, 좌초위기서 실마리?

입력
2017.1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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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축소ㆍ분담급 증액 등 합의했지만

학생 수용 문제 부상… 사업기반 흔들

조합원들 교육청 항의시위 거센 반발

교육청 “조합 측이 학교 개축해주면

굳이 반대할 이유 없어” 잠정합의

부동산규제ㆍ교통난 등 난제 여전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들이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수용 협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들이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수용 협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학교 문제로 좌초위기에 처했던 1조2,000억짜리 범어네거리 대구 최고층(59층) 아파트건설사업이 학교건물 신축 후 기부채납의사를 밝혀 실마리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범어네거리 교통대란 해소책 마련과 조합원 부담 증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조합 내부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남은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구시교육청과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 등에 따르면 수성구 범어동 189의2 일대 3만3,200㎡ 부지에 짓기로 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축과 관련해 조합 측이 인근 범어초등학교 건물을 개축해 기부채납하면 대구시교육청이 수용할 수 있다는 데 잠정합의했다.

이 사업은 2014년쯤 지역주택조합사업 열기에 편승해 추진됐으나 사업부지 확보와 학생 수용 문제 등으로 답보상태를 보이다 최근 새로운 시공사를 맞으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곳이다. 조합원 모집 시기에 따라 전용 84㎡ 기준 4억4,000만~4억9,000만원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시작했고, 2억원 내외의 조합비를 이미 납부한 상태다. 15일 현재 조합원 수는 1,175명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 사업비에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조합 측은 최근 총회를 열어 최고 3억 원을 추가 분담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4억5,000짜리 내 집이 7억5,000만원이 된 셈이다.

지난달 시공사로 나선 아이에스동서는 ‘수성범어W’로 명명하고 59층 총 1,855가구를 짓기로 했다. 전용 84㎡, 102㎡ 아파트 1,353세대와 전용 78㎡, 84㎡ 오피스텔 502실로 구성했다. 당초 10만㎡라는 비현실적인 상가면적으로 1만3,000㎡ 내외로 축소했다. 계획대로라면 두산위브더제니스(54층), SK리더스뷰(56층)를 능가하는 대구 최고층 아파트단지에 오르게 된다. 분양가도 3.3㎡당 2,000만 원을 넘고, 총 사업비도 1조2,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학교였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크기인데다 학군 때문에 비싼 분양가를 감수하겠다는 분양희망자가 많아 세대별 학생 수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학생 기준 조합 측은 10학급, 다른 일각에선 20학급 이상 더 있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수성구 일대에 잇따르는 재개발사업에 대해 “학생 수용 대책 없으면 건축협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수성범어W에 대해서도 지난 주 같은 이유로 협의불가 방침을 대구시에 통보했다. 이미 수성구 범어동 일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30명(대구 전체 23.6명)에 육박하고, 급식ㆍ화장실문제 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아파트단지를 위해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를 새로 지을 수 없는 만큼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성범어W 초등생 통학구역 내 학교는 달구벌대로 건너 범어초등학교가 유일하다. 21학급 550명으로 이미 포화상태다. 2층 건물로 기초가 약해 수직증축도 불가능하다. 건물을 허물고 5층짜리로 새로 짓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40~50학급 규모로 지어야 하는데, 2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지난 15일 대구시교육청과 마라톤 협상 끝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나섰고 시교육청도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다.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장은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수 없어 기부채납키로 했지만, 267억원이라는 건축비가 과다하다는 말이 많다”며 “우리 사업으로 늘게 될 초등생은 10학급 정도이고, 학급당 건축비 4억원에다 추가비용을 더해도 법정부담금 80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가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범어네거리 일대는 왕복 10~12차로의 ‘대로’이지만 출퇴근시간대 극심한 체증이 빚어지는 곳. 사업주체 측은 왕복4차로의 우회도로를 확보하는 등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통영향평가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김모(55ㆍ수성구 범어동)씨는 “2, 3년전 지역주택조합 열기가 불 때 대구시나 수성구청이 법규정만 따지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수많은 조합원을 볼모로 밀어붙이는데 무작정 막을 수도 없어 난감할 것”이라고 대구시와 구청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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