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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에 하이킥 날리는 판사님... 발랄해진 법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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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에 하이킥 날리는 판사님... 발랄해진 법정 드라마

입력
2018.01.09 18: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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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이판사판’ 속 주인공 이정주(박은빈) 판사는 법정에서 법복을 벗으며 소동을 피우는 등 지극히 감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드라마 ‘이판사판’ 속 주인공 이정주(박은빈) 판사는 법정에서 법복을 벗으며 소동을 피우는 등 지극히 감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SBS 방송화면 캡처

단골 소재였던 검사 변호사 이어

판사 앞세운 드라마 속속 방영

방송 중인 SBS ‘이판사판’

방송 앞둔 JTBC ‘미스 함무라비’

20대 여성판사가 주인공으로

사회적 메시지·로맨스 둘다 욕심

“너 같은 건 재판도 아까워. 존경하는 재판장님은 개뿔!”

미성년자 성폭행범을 재판하는 법정, 엄숙한 분위기를 깨고 시원한 질타가 쏟아진다. “성교육을 시킨 것”이라며 반성하지 않는 성폭행범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한 이정주(박은빈) 판사가 “너 오늘 나한테 죽어보자”며 법복을 벗어 젖히고 단상으로 올라간다. 이 ‘막가파’ 판사를 말리던 재판장은 그가 휘두르는 팔에 맞아 눈가에 멍이 들었다. 순식간에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드라마 속 판사가 발랄하고도 엉뚱해졌다.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관망하다가 근엄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정숙하세요”를 주문하던 50대 판사가 정답처럼 그려졌던 예전과 달리, SBS 드라마 ‘이판사판’에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20대 여자 판사가 등장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이정주는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자주 비친다. 동료 판사 사의현(연우진)과 복잡미묘한 로맨스까지 즐기기도 하는 이정주는 그저 평범한 젊은 직장인처럼 묘사된다.

요즘 법정드라마는 큰 사건을 추적하거나 진실을 규명하는 것보다 법조인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춘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도 ‘이판사판’과 궤를 같이 한다. 엄숙한 법원에 초미니스커트에 굽 높은 스틸레토힐을 신고 출근하는 젊은 여판사가 화면 중심에 선다. 인과응보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보수적이고, 평면적인 기존 판사의 모습과 달리 판사들의 실제 고민과 생활 방식을 실감나게 묘사하려 한다. 지난해 11월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A에 방송된 웹드라마 ‘로맨스 특별법’ 역시 판사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생생히 묘사해 호평 받았다.

‘미스 함무라비’의 함영훈 책임프로듀서(CP)는 “틀에 박힌 이미지와 달리 실제 판사들도 인간적인 고뇌와 여러 고충이 있는 직장인”이라며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과 좀 더 나은 직장을 위한 개인의 노력 등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사를 앞세운 새 법정 드라마의 등장은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지난해 사회적 변화 흐름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던 법정 드라마가 이제는 좀 진부해진 ‘적폐청산’의 메시지를 줄이고 로맨스와 인간미를 버무리며 시청자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다. 드라마 단골 소재로 쓰여 이제 대중이 식상해 할 검사나 변호사보다는 방송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판사들의 세계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 생각할 거리를 안기는 것이 최근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성평등, 성폭력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인기를 끌었다”며 “법정드라마가 가벼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소비가 많아 이를 드라마에 적용하는 복합적인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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