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연대 계속해서 추진”
박지원 “닭 쫓던 개 신세 됐다”
당 지도부 “바른정당과 연대 이어간다” 입장에 호남 중진 거센 비판
安, 유성엽 퇴진 요구에 “같이 못할 분 있어도 중도혁신” 강경 대응
평당원의 퇴진 격문에도 “정체와 의도 비정상” 응수
바른정당 탈당 사태의 여파로 국민의당에선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는 바른정당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정책 및 선거연대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른정당과 통합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호남 일부 중진이 대표 퇴진까지 요구하는 등 지도부에 반기를 들고 있어 내홍으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안철수 대표는 6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의 교섭단체 지위가 깨질 것이 예상된 상황에서 당 대 당으로 연대를 추진한 것이라 크게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민 눈높이에서 하는 정치에서 의석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는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연대를 지속하겠다는 지도부 방침에 호남 중진들은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바른정당과 통합ㆍ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유성엽 의원은 더 나아가 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있는 바이버 단체 대화방에서 안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안 대표가 국정감사 기간 동안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제안 ▦중앙당에서 시도당 사무처장 파견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안 대표는 이스라엘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띄워 “당 대표가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 정도면 (발언한 의원이) 그런 정당에 있는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그는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중도혁신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호남계는 물론 당내 비주류 측의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한 평당원은 비방격문을 통해 “안 대표가 적폐청산을 반대하고 당의 평화개혁 노선도 포기했다”며 대표 퇴진 서명운동을 제안한 바 있다. 안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비방격문의 정체와 의도가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내 주장은 ‘적폐청산 몰아가기 정치를 하지 말고 사법적 소추를 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