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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논란 가장 많았던 현대사엔 역사학자 1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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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논란 가장 많았던 현대사엔 역사학자 1명도 없어

입력
2016.11.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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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과서 반대 주도한 정경희

이재범과 대표적 ‘국정’ 찬성론자

손승철 ‘임진전쟁’ 표현으로 논란

유호열, 교학사 교과서 찬성 전력

현대사 최대권ㆍ김낙년ㆍ김명섭 등

7명 모두 뉴라이트 입장에 동조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인 김낙년(왼쪽부터)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인 김낙년(왼쪽부터)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8일 공개된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에는 뉴라이트계열 학자들과 정부관련 기관 출신 학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심지어 현대사 집필진 중엔 역사 전공이 1명도 없었다. 균형 잡힌 역사 서술을 기대하기 힘든 구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 정부기관 관련 학자 포진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31명이다. 선사ㆍ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집필진 27명이 중학교 ‘역사1ㆍ2’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공동 집필했고, 세계사 담당 4명은 중학교 교과서만 집필했다.

집필진은 대부분 국정교과서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던 학자들로, 뉴라이트계열 역사학자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의 대표적인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 출신이다.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좌편향 되었나’라는 저서를 쓰는 등 현행 검정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을 주도한 인물로, 고려시대를 집필한 이재범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과 함께 대표적인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등도 뉴라이트 계열 혹은 이들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분류된다. 관변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전체 31명 중 11명이 국편,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관련 공공기관 출신으로,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집필진들이다.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집필진도 적지 않다. 최대권 교수는 지난해 한 일간지에 쓴 칼럼에서 5ㆍ16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세월호 특별법이 헌법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해 비난을 받았다. 조선시대 집필에 참여한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교학사의 ‘동아시아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임진왜란’은 피해자의 적대감이 깃든 용어라는 이유로 ‘임진전쟁’이라 표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3년 ‘우편향’ 딱지가 붙었던 교학사 교과서를 찬성했으며,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에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제안해 공분을 샀다.

현대사 집필진 중 역사학자 0명

특히 정부가 좌편향 문제를 가장 많이 거론했던 현대사는 집필진 7명이 모두 역사 비전공자다. 학계에서는 경제학과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명씩, 법대 교수와 군사사학과 교수가 1명씩 포함됐다.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현직교원인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는 역사교육학과 출신이지만 전공은 현대사가 아닌 근대사다.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현대사에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현대사는 역사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분류사적 입장에서 헌법은 법학자, 6ㆍ25전쟁은 군사학 전문가, 북한은 북한학 전문가, 경제발전 과정은 경제 전문가가 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에서는 현행 검정교과서보다 경제성장의 성과 부분 등이 대폭 확충했다.

이에 집필진만으로도 교과서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역사학자는 배제한 채 뉴라이트 성향의 정치ㆍ법ㆍ경제학자가 쓴 교과서를 어떻게 한국사 교과서라 부를 수 있느냐”며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꾸려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교육부 주장은 모두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위원들도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집필진으로 가득 찼고, 그 결과 국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

<자료: 교육부>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 1,2권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남보라 기자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 1,2권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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