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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를 한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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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를 한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웁니다”

입력
2017.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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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줄 못 읽는 바보가 되었다”

디지털에 빠져 자조하는 어른들

만화로 먼저 책과 친해지고

취미로 블로그에 글쓰기부터

변화를 믿고 노력하는 부모는

교육에 대한 막연한 걱정 안해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하는데 우리 교육은 과거에 붙잡혀 있다. 격변의 시대, 격랑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부모들에게 요즘 베스트셀러인 ‘완벽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안심하고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찾는 심정으로 공동저자인 신영준 박사를 만났다.

질문도 하기 전에 신 박사는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마치 도깨비방망이 같은 걸 찾고 있는데 그런 건 없다. 진짜 사교육의 문제는 사용자인 학생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학원이 왜 좋으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누가 다닌다네요’, ‘성적이 올랐다네요’. 그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또 어디 있는가. 엄마들은 매일 로또를 산다. ‘우리 애가 재수 좋으면 걸리겠지’하는 마음으로 고액을 쏟아붓고 있다. 너무 안타깝다. 세상에서 사람을 바꾸는 방법은 딱 하나, 복리의 마법밖에 없다. 꾸준한 노력이 하루 1%씩 계속 곱해지면, 365일 후 노력하지 않은 사람과 37배 차이가 난다. 부모들이 먼저 달라지지 않으면 교육 정책은 논할 필요가 없다. 어떤 획기적인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학부모들의 인식에 변화가 없으면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아이를 바꾸려면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엄마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아이는 죽어도 안 바뀌는데 아이의 미래가 불안한 부모들은 아이만 바꾸려 한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지 않는데 아이들이 읽겠는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라도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는 부모나 학생 손 들어보라’고 하면 5% 미만이다. 꾸준히 책을 읽어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두려움과 걱정에서 벗어나 로또 심리에 빠지지 않는 진짜 부모가 될 수 있다.”

_인공지능(AI)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창의력 이야기로 이어졌다.

“창의는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의는 연결이다. 새로운 연결이 가능해지려면 먼저 99%를 쌓아야 한다. 기존 자료를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그 1%의 새로운 연결, 바로 창의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면 색이 화려하다. RGB(Red Green Blueㆍ빨강 녹색 파랑)밖에 안 쓰는데도 모든 색을 표현해 낸다. 어설프게 창의력 수학, 창의력, 논술 같은 것으로 되는 게 아니다. 마치 핑크에메랄드 같은 화려한 색을 좇는 것과 같다. 그 색만 배우면 다른 색을 만들 수 없다. 더 기본적인 완벽한 RGB의 색을 표현할 수 있어야 다른 화려한 색도 가능하다. 기본을 더 충실히 해야 하는데 뭔가 더 새로운 것만 찾으려 한다. 우선 반복 숙달에 충실해야 한다.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 보통 공부 잘하는 학생은 단순히 반복하거나 베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퀴즈를 내거나 하면서 장기기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렇게 확실하게 다져진 기억들이 창의력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_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1980년대 생들이 멍청하다’고 하는데 바로 우리 세대다. 컴퓨터를 처음 접한 세대, 모뎀으로 밤새 채팅하고 게임을 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보면 볼수록 집중력과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무협지를 그렇게 좋아했던 치과의사 친구가 지금은 스마트폰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책 한 줄도 못 읽는 바보가 되었다’고 말한다. 정보화 강국을 일으킨 세대지만 컴퓨터 화면 보느라 책을 안 읽으니 당연히 문해력이 달리고 점점 읽기 능력이 부족해진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 누구보다 손에 휴대폰을 빨리 쥐었다. 하물며 어른도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그러니 그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줘야 한다. 무협지든 뭐든 재미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나는 작가인데 작가들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본다. 무협지나 판타지 작가 중에는 억대 연봉자가 많다. 디지털 기기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런 장르는 초호황인데 일반 소설은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책의 경쟁자는 스마트폰인데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 지금 출판시장 판매량이 말도 안 되게 급감한다.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의 3분의 1인데 출판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다. 학습서 매출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 그래서 서점을 찾아가 친구들을 만나고 무료 길거리 강연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는 이유가 어떻게든 책을 읽게 하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책을 재미있어하고 똑똑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런 활동을 디지털 디톡스라고 하는데 책과 친해지는 걸 보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_책과 멀어진 부모들이 책과 친해질 방법이 있을까.

“농담이 아니라, 만화책부터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품격이 떨어진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다. 휘발성이 강하다. 보다가 카톡하고 전화 받느라 집중력을 너무 떨어뜨리니 종이책을 봐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를 책으로 엮은 것도 좋다.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도 재미를 준다. 그러니 너무 어려운 걸 보려고 하지 말자. 고전이 좋다고 하지만 소설만 보면 되고 인문학 고전은 전공자만 읽는 것이다. 어렵게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미국, 영국 아마존 1위는 거의 다 소설이다. 그리고 엄마들이 글쓰기도 해봐야 한다. 왜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지 아는가? 객관식 시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모른다. 많이는 배웠지만 자기 생각을 붙여 써보는 훈련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 대입 논술이 전부다. 하지만 회사에는 더 이상 객관식이 없다. 보고서는 객관식이 아니다. 실제로 삼성에 있을 때 보고서를 잘 쓰는 친구는 공통점이 독서를 많이 하고 독후감이나 글을 써본 친구들이었다.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읽고, 쓰기에 문제가 있다. 부모들이 먼저 취미생활로 블로깅(블로그 활동)을 많이 하면 좋겠다. 사람은 금전의 구걸은 피해도 인정의 구걸은 피할 수 없다. 강한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늘고 부업으로도 갈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겨 나중에 보는 게 재미도 있다. ‘독서’ 하면 벌써 딱딱하다. 만화책 읽기, 드라마 책 읽기처럼 진입장벽을 낮추고 엄마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엄마가 책 읽는 자체에 아이들은 놀랄 것이다. 독서를 얼마나 하는지 주변 엄마들을 보면 알 것 아닌가.”

_학습에서 중요한 ‘메타인지’를 높일 방법이 있다는데.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새벽 4시에 연락해 ‘박사님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학업이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다. 나는 24시간 실제 하는 걸 매일 뭉뚱그려 적지 말고 시간 단위로 나눠서 적어보라고 했다. ‘그 다음에 뭐할까요?'라고 했지만 닥치고 그것만 하라고 했다. 먼저 2주만 해보라고 했는데 ‘유튜브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몰랐다. 결국 고민이 해결됐다’고 연락이 왔다. 메타인지(객관적 자기 평가)를 올리는 방법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를 파악하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도 알아야 하는데 과정은 휘발된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는 수밖에 없다. 멘토링하는 학생들에게 한 시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꼭 기록하게 한다. 부모들은 뭘 적는다고 인생이 바뀌느냐고 한다. 하지만 바뀐다. 무조건 바뀐다. 메타인지는 어렵지만 일일 생활기록표는 쉽다. 나부터 바뀌었고 주변에 많은 변화를 보았기 때문에 확신한다.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게 습관이 되면 객관화를 경험한다. 착각에서 벗어난다. 일주일에 운동을 4번 하는 줄 알았는데 2번이었다. 스마트폰을 이만큼 많이 사용하는 줄 몰랐는데 놀랐다 등등. 엄마부터 일일 생활기록표를 적어보고 아이들도 방학 때 적어보는 거다. 매일 시간마다 내가 뭘 했는지 적는 거다. TV만 보는 아이들은 시간마다 TV, TV, TV. 그러면 스스로 굉장히 한심해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이 죄책감을 느낀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기록하면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간단한 것을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고비를 넘기고 꾸준히 하다보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

_사고방식을 바꾸고 나서 큰 변화를 경험한 사례가 많다던데.

“동국대 야구선수이고 자신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고정형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는데 강연을 듣고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바꾼 후 공을 던지니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쪽지가 왔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믿음의 문제다.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인 고영선 작가도 수학을 못해 포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는 게 꿈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의 힘이다. 나도 겪었다. 정말이지 글쓰기가 너무 싫었다. 객관식이 좋았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잘할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해서 지금은 누구보다 빨리 잘 쓴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사람의 변화를 믿느냐 하는 것이다. 부모 자신이 바뀐다고 믿는가? 내가 바뀔 수 없다고 믿는데 아이가 과연 달라질까? 당장 내가 바뀔 수 있다면 당연히 공부하겠지만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회피한다. 그 나이에 무얼 못하는데? 묻고 싶다. 말로만 변화를 믿고 실제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이 과연 노력할까? 그러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수저론이 나오는 것이다. 안 바뀐다고 생각하니까. 부모들도 그걸 받아들인 거니까. 그러나 부모들은 저항할 거다. 나는 아이를 믿는다고.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 수준이 토론할 수 없는 정도라는 신박사의 지적이 뼈아프다. 읽고 쓰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고작 고집부리기와 싸움박질 이상일 수 있겠는가.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계발론과 다른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서 그런지 낡은 매체인 책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자는 얘기가 신선하게 들렸다. 디지털 디톡스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박재원이 간다> 최근 화제가 된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저자, 신영준 공학박사/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017-02-0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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