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등 프로기사들 총평
“이세돌 답지 않았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이세돌(33) 9단의 기보를 보고 내린 프로기사들의 총평이다.
양재호(프로 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9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알파고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확인했으나 대국 전까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고, 상대적으로 이세돌 9단의 컨디션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의 기량 차이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분석이나 자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첫판’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도 “이세돌 답지 않게 실수가 많았다”며 “한 번 지고 나면 다음 대국 땐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내일 대국에선 기량 발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정상 9단은 “중반 이후 실수가 있었지만 완벽한 끝내기까지(알파고가) 엄청났다. 최고수 프로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판후이 2단과의 기보때 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알파고가 훨씬 진화한 것 같다”면서 이세돌 9단이 묘책을 찾지 못할 경우 남은 2~5국도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실제 알파고는 대국 후반부에 크고 작은 실수를 했지만 끝내기 부분에서 완벽하게 만회하면서 불계승을 거뒀다. 남은 2~5국에서도 이 9단의 승리를 전망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흑돌을 잡은 이 9단이 초반부터 변칙수로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알파고가 이에 적극 대응하면서 이 9단의 변칙수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지석 9단도 “알파고의 실력이 국내 프로 랭킹 중상위에는 거뜬히 들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5단 역시 “100점 만점에 알파고는 90점 이상의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계산만 빠를 줄 알았는데 수 읽기가 깊고, 버티는 힘도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9단의 패배가 알파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훈수’도 뒀다. 프로 기사(6단) 겸 모바일 바둑 게임 개발자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첫판이 항상 위험한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아쉬운 것은 이 9단이 알파고의 전략과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번 대결의 대국료는 각 대국당 2만달러(약 2,400만원)고 승자는 3만달러(약 3,600만원)를 추가로 받는다. 또한 5번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챙긴 측에게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1패를 떠안은 이세돌 9단은 10일 2국을 통해 복수전에 나선다. 이후에는 하루를 쉰 뒤 12일과 13일 각각 3국과 4국을 치르며, 15일 마지막 5국에 나선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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