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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분께 정부의 무능ㆍ무책임을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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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분께 정부의 무능ㆍ무책임을 사죄합니다”

입력
2018.04.16 16: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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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첫 공식 주관 추모행사

이 총리 “진실 규명에 혼신 다할 것”

전명선 유가족 대표 “지난 4년간

응어리졌던 마음을 눈물로 토해내”

인천ㆍ진도 등 전국서 추모 물결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역사 속으로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ㆍ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ㆍ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304분의 희생자분께 죄인의 마음으로 명복을 빕니다.”

4ㆍ16세월호참사 4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영결ㆍ추도식은 4년 전 제 나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던 국가가 무릎을 꿇고 마침내 사죄하는 자리였다. 일반인 희생자를 제외한 단원고 희생자 261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제단 위에는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한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거짓을 주장하는 짓이 얼마나 잔인한 범죄인지를 알게 했다”며 “진실을 완전히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영결ㆍ추도식은 참사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공식 주관한 추모행사였다. 이 총리와 유가족,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정 이운(移運), 정부의 경위보고, 이 총리의 조사, 전명선 ㈔4ㆍ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거행됐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성직자들의 종교의식, 안산시립합창단 등의 합창, 추도 편지글 낭독 등도 이어졌다. 전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기본이 되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지난 4년간 응어리졌던 마음을 눈물로 토해냈다. 고 남지현(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2반) 학생의 언니 서현씨는 다짐의 글에서 ”화랑유원지에 생기기 될 추모시설과 0.1% 봉안시설이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이 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검은 정장과 한복을 갖춰 입은 유가족들은 생전 아이들처럼 반별로 앉아 아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단원고 재학생들도 추도식에 앞서 ‘다시 봄, 기억을 품다’ 라는 추모행사를 열어 선배들의 넋을 기렸다. 차디찬 바다에 오빠를 잃은 호정양은 친구에게 대신 읽게 한 편지를 통해 “수학여행 가기 전에 오지 말라고 한 나 때문에 진짜 돌아오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슬프다”고 비통함을 표현,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추도식을 끝으로 정부 합동분향소는 문을 닫는다. 분향소에 있었던 영정과 위패, 전시물 등은 유가족에 전달되거나 국가기록원에 전달된다. 그 동안 분향소에는 73만8,000여명이 다녀갔으며, 추모 문자메시지는 110만여건 접수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ㆍ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ㆍ추도식’에서 참석 유가족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ㆍ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ㆍ추도식’에서 참석 유가족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세월호참사 4주기인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결은 전국 각지에서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있는 인천가족공원에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식과 영결식이 치러졌다. 미수습자 권재근(당시 52) 혁규(당시 9)군 부자를 비롯해 안산 합동분향소에 모셨던 일반인 희생자 11명의 영정과 위패도 인천가족공원 추모관으로 옮겨졌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는 모두 43명이다. 이중 6명은 유족이 합동 영결식을 원하지 않았고 24명은 2014년 영결식을 이미 가졌다. 전태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아직까지도 노란 리본을 달고 희생자들을 잊지 않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에서는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찾아온 네 번째 봄’을 주제로 추모 문화제가 펼쳐졌다. 문화제에는 세월호 일반인 미수습자 권재근씨 형이자 혁규군의 큰아버지인 권오복(64)씨도 함께했다. 경찰, 소방관,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은 체육관까지 ‘기억하겠다’는 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가두행진도 펼쳤다. 팽목항에서는 종교ㆍ사회단체의 추모 행사가 개최됐다.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조도고 박주희 학생은 추모편지를 통해 “언니ㆍ오빠들이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 벚꽃이 피던 4월이 벌써 4번째”라며 “그날을 기억하는 우리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억해 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전남 진도에서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식에서 진도씻김굿보존회가 희생자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다. 진도군 제공
전남 진도에서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식에서 진도씻김굿보존회가 희생자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다. 진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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