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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세탁기 겨냥 ‘세이프가드 관세’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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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세탁기 겨냥 ‘세이프가드 관세’ 승인

입력
2018.01.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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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120만대에 20%, 그 이상은 50%

CNN “한국ㆍ멕시코 최대 피해국”

중국 기업 태양광 관련 제품도 표적

트럼프 다보스 참석 앞두고 상징적 결정

지난 1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세탁기 매장에 진열된 삼성 세탁기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세탁기 매장에 진열된 삼성 세탁기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5일 미국 오리건주 힐즈보로에 있는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솔라월드 공장에서 생산 직원 존 화이트가 생산된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힐즈보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5일 미국 오리건주 힐즈보로에 있는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솔라월드 공장에서 생산 직원 존 화이트가 생산된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힐즈보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통상 압박을 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새해 들어 한국 기업의 세탁기와 중국 기업의 태양광 발전 제품을 표적으로 삼아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수입산 대형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표적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관세 부과를 승인했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 수출하고 있다”고 발언한 지 5일만에 나온 결정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내놓은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따라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탁기의 경우 첫 해에는 최초 수입되는 120만대에 20%, 그 이상에는 50% 관세가 부과된다. 2년차에는 최초 120만대에 18%,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차에는 각각 16%와 40%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CNN방송이 운영하는 경제전문 웹사이트 CNN머니는 특히 세탁기 관세 부과로 한국과 멕시코가 최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과 LG가 두 국가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미국 세탁기 생산업체 월풀은 2011년부터 이들 두 기업이 미국 시장 평균가보다 싸게 세탁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의 승리”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태양광 패널과 모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총발전량 2.5기가와트 이하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이를 초과하는 제품에는 첫 해 30%, 2년째에는 25%, 3년째에는 20%, 4년째에는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향한 통상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 발전 관련 부품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도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겨 가면서 우회했다. ITC는 태양광 패널 및 모듈 수입이 2012년에서 2016년 사이에 500%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패널 생산업체인 ‘솔라월드 아메리카’와 ‘서니바’ 등은 ITC 권고안보다도 높은 관세 부과를 요구해 왔다.

다만 AP통신은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이 제품 생산보다는 설치 위주로 구성된 만큼 오히려 관련업계 종사자 약 8만8,000명이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태양광 설치 산업은 값싼 부품 덕택에 최근 성장세였다. 미국 태양광 설치 기업으로 구성된 태양에너지산업협회는 관세 부과 결정이 설치비를 늘리고 수요는 떨어트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번 결정은 2018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첫 보호무역주의 성향 결정이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그의 선거 공약에 충실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에서 “대통령의 결정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노동자와 농축산업자, 기업을 항상 보호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결정이 이번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자유무역주의 엘리트들의 축제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역질서에 보내는 상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결정은 미 의회에서도 재검토하거나 막을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미국의 일방 관세에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항의할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WTO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격렬한 통상분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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