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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풍요 속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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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풍요 속 빈곤'

입력
2016.03.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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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건수 작년비 10% 늘었지만

액수로는 33%나 대폭 감소

움츠러드는 중동 특수가 결정타

태평양 지역 등 수주 늘어 고무적

아프리카도 블루오션으로 급부상

삼성물산이 공사에 들어갈 싱가포르 지하철 시린역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이 공사에 들어갈 싱가포르 지하철 시린역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싱가포르에서 7,370억원 규모의 지하철 톰슨라인 T313구간 공사를 18일 수주했다. 싱가포르 동남부 시린지역(Xilin Avenue)에 1,200m의 지하터널ㆍ정거장 1개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공사장 위에 있는 하천을 옮기는 동시에 새 지하철 라인 2개와 차량기지를 연결하는 고난도 공사다. 삼성물산은 지난달에도 싱가포르 주법원(3,880억원)과 말레이시아 사푸라 오피스 빌딩(2,450억원) 공사를 따냈다. 총 1조3,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3건을 연달아 수주한 것이다. 작년 같은 기간 해외수주는 7,654억원에 그쳤다.

GS건설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1조7,000억원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최근 단독 수주했고, 지난 1월에는 쌍용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싱가포르 톰슨라인 남쪽 동부해안을 연결하는 1.78㎞ 구간의 3,000억원짜리 공사를 따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동기 대비 수주건수로는 10% 가까이 늘며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서도 선전을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수주액수로 보면 작년 이 기간보다 33%나 감소했다. 건설사들이 총력전을 펴고는 있으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84억2,41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억6,806만달러(33%) 줄었다.

무엇보다 최대 시장인 중동에서의 수주가 24% 감소한 30억달러에 그친 것이 수주액 감소에 결정적이었다. 미국 건설전문지 ENR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사들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중동 매출 비중은 16.9%에 그쳤으나 이 기간 국내 기업들은 52.3%로 절반을 웃도는 등 극심한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진입 환경도 점점 녹록지 않게 바뀌는 추세다. 중동 지역에서 각국이 재정 악화를 겪으며 과거처럼 발주처 재원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도급형 발주’가 급감한 반면 시행사들이 금융을 끌어오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도급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건설사들로선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주액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주건수가 작년(141건)보다 9% 늘어난 154건에 달하고, 시공건수도 12% 증가한 1,897건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시장에서 양질의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따라 수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물량을 수주하면 리스크 또한 커지는 만큼 소액 다건 수주를 무조건 기피할만한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수주 지역도 조금씩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중동수주가 줄어든 대신 태평양ㆍ북미지역에서 작년 동기보다 2.6배 많은 10억달러 규모를 따냈으며 아프리카 지역에선 3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수주액의 절반 가량을 벌써 채웠다. 아프리카 시장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며 주택,ㆍ교통 인프라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선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세계적인 경기둔화에도 각종 공적개발원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케냐, 탄자니아 등 인근 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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