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이 돌려본 A4 용지엔 궁금증도
류길재 장관, 김양건과 차량 동승 주목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4일 방남이 짧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측 대표단의 행보 중 가장 궁금증을 남긴 것은 아시안게임 폐막식 종료 직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어디선가 들고 온 문서였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옆에서 환담을 나누던 김양건은 폐막식이 끝나기 10여분 전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A4용지 1장을 가져 와 옆자리에 있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와 함께 돌려 보는 장면이 목격됐다.
문서를 읽은 황병서는 옆 자리에 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귓속말로 정홍원 총리와의 재면담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는 “A4 용지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추가 메시지가 담겨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총리실이나 통일부 관계자들은 5일까지 “A4지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북측 대표단이 이날 폐막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가 진행되는 동안 기립해 예의를 표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북한 선수들 입장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자국 선수단을 반겼고, 이에 정홍원 총리도 함께 일어나 손을 흔들며 북한 선수단을 환영했다.
이날 류 장관과 김양건이 호텔에서 티타임을 가진 후 공식 오찬 장소까지 20여분간 이례적으로 같은 차량에 동승해 대화를 나눈 것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남식 통일부 차관도 북한 대표단이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 김양건과 같은 차량에 동승했다. 이를 두고 그간 불편했던‘통(우리 측 통일부)-통(북측 통일전선부) 라인’이 다시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남북장관급 회담 실무협상 당시 양측이 장관급의 격(格)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 회담이 불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
폐막식 직전 이뤄진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과 최룡해의 만남도 화제에 올랐다. 임 의원과 최룡해는 지난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와 북한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위원장 자격으로 만난 지 25년 만에 재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이 최룡해에게 “잘 오셨다. 반갑다. 그대로 이시다”며 인사를 건네자 최룡해는 임 의원을 향해 “몸이 좋아졌다”고 화답했다고 임 의원은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측 대표단에게 류 장관 명의로 홍삼 제품을 선물했다. 반면 북측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 선물을 갖고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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