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출산 여성 지원, 특혜처럼 비치면 저출산 탈출 못 해”

입력
2017.06.16 04:40
0 0

합계출산율 2.1명으로 유럽 최고

아이 많이 낳아야 고령화사회 대비

성인될 때까지 의료, 교육비도 무료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프랑스 총리실 직속 가족ㆍ아동ㆍ고령화 정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프랑스 총리실 직속 가족ㆍ아동ㆍ고령화 정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출산 여성을 위한 지원이 여성에 대한 특혜처럼 비쳐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이 힘든 사회라면 출산율과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지난달 24일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가족아동고령화정책위원회의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상임위원장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와 육아 병행을 정부가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 더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일ㆍ육아 병행, 출산율 제고가 선순환의 고리로 맞물려 돌아간 사례다. 프랑스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은 2.1명으로 유럽 최고를 기록했다. 1.17명으로 전 세계 224개국 중 220위인 한국의 2배 수준이다. 1990년대까지 대표적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가 20년 만에 ‘출산율 우등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출산=경력 단절’을 깨뜨리기 위해 시작한 첫 단추는 30년 전 도입한 차별금지법이다. 이 법에는 취업 면접 때 가족 관련 질문 금지, 출산 휴가신청 시 해고 금지, 복직 시 원래 업무로 복귀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프라고나르 위원장은 “기업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정부가 입법을 밀어붙였다. 종종 노동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이긴다”고 설명했다.

2009년 총리실 직속으로 설립된 이 위원회는 여성의 취업과 보육·교육 지원 정책 마련과 실행이 핵심 업무다. 이를 통해 정착된 보육 정책은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퉈 온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프랑스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만 3세까지 1인당 연간 1만6,000유로(약 2,017만원)의 정부 예산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9,000유로(약 1,134만원)가 투입된다. 교육비(고등교육 포함)와 의료비는 대부분 무료다. 취업 전까지 이런 지원이 이어지고,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에는 사회 수당과 세제 혜택도 준다. 프라고나르 위원장은 “사회 고령화가 심각해질 미래에 노년 인구의 복지예산을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는 오히려 값싼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프랑스 여성들 사이에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프라고나르 위원장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 중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비율은 10명 중 1명으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 중 18%가 3명 이상 자녀를 두고 있고, 첫 출산 후 3년 안에 둘째를 낳겠다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긍정적이다.

프라고나르 위원장은 “부유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저소득층만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모자라 부유층은 알아서 아이를 키우라고 할 경우 사회 고위층, 부유층일수록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아이)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보편적 지원”이라고 단언했다.

파리=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