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만 줄여도 체중 5% 감량 돼
지속적인 운동 필요… 산책 등 가벼운 운동 효과적
지난해부터 척추관협착증 증세가 악화돼 집안 살림조차 힘들어진 김모(78ㆍ여)씨는 최근 병원에서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몸무게가 80㎏라 허리는 물론 무릎관절까지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주식은 물론 과일, 간식까지 즐겨 먹는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체중을 어떻게 빼야 하고, 얼마를 감량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말 체중을 감량하면 증세가 호전될지도 의문이다.
60대 이상 노인, 무리한 다이어트 ‘금물’
60세 이상 노인이 관절과 허리에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체중을 감량하면 상태 호전은커녕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만은 근골격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체중이 늘면 척추와 엉덩이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골다공증이 발생했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상태가 악화된다. 김용찬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들 환자가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 비만치료 이전에 골다공증이 악화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 있는 노인이 비만을 치료하겠다고 음식량을 줄이면 근육이 약해져 척추와 무릎관절 치료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무턱대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체중감량은 실제로 허리와 무릎관절 통증에 도움을 줄까. 전문의들은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관련 질환은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고영도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릎 등 관절은 체중이 감소하면 증세가 호전될 수 있지만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은 체중을 감량해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서 “체중을 감량하라고 하는 것은 심장질환, 뇌졸중 등 비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5~10% 감량 필요… 간식ㆍ탄수화물 삼가야
체중감량을 한다면 얼마나 감량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의들은 남성의 경우 현재 체중의 10%정도, 여성은 5%정도 감량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젊어서 비만관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면서 “과체중일 경우 걷기 운동만 해도 1~2개월 내 5%정도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떡, 과일, 빵 등 간식을 삼가야 한다. 여기에 라면, 국수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박 교수는 “노인은 젊은이처럼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안 된다”면서 “간식만 줄여도 섭취하는 열량이 감소해 체중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밥 대신 떡과 과일 등으로 식사하는 노인이 많은데 이렇게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면 단백질, 아미노산 섭취가 이뤄지지 않아 영양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에 말은 밥과 김치, 혹은 단일 가공식품, 과일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노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인슐린저항성을 증가시켜 비만을 초래한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나트륨 섭취도 줄여야 한다. 노인들이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적게 먹어도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중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과도하게 나트륨을 섭취하면 골밀도가 떨어져 척추, 관절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몰려 있는 미뢰 수가 감소해 짠 음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김치, 젓갈류 등 평소 즐겨 먹는 짠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과일 섭취량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식사 후 후식으로 과일을 챙겨 먹는다. 문제는 그 양이 너무 많다는 것. 식사 후 과일을 과다하게 먹으면 한 끼 식사 이상의 열량을 섭취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박 교수는 “식사 후 2시간 정도 지난 후 사과는 반쪽, 귤은 1~2개 정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움직여야 산다”… 운동 포기하면 안 돼
음식조절과 함께 지속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체중조절이 가능하다. 허리와 무릎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치료를 우선적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지만 만성적으로 척추와 관절질환을 앓고 있다면 힘들어도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고 교수는 “척추질환은 본인이 통증을 느껴서 그렇지 움직인다고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서 “허리와 관절에 통증이 있다고 걷기조차 포기하면 완치를 해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통증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칼로리가 소모돼 정신ㆍ신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집에 앉아 있지 말고 공원 등으로 산책을 나가 맑은 공기만 마셔도 칼로리가 소모된다”면서 “걸을 수 있으면 걷고, 걷지 못해도 외부로 나가 움직여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20~30분 정도 걷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상협 인천힘찬병원 원장은 “걷기 운동 등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근력이 유지돼 척추와 관절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서 “게이트볼,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 몸을 움직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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