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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즉시연금 일괄 구제" 논란…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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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즉시연금 일괄 구제" 논란…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 오나

입력
2018.07.1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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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날 윤 원장은 금투협회장 및 32개 증권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스1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날 윤 원장은 금투협회장 및 32개 증권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스1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들에게 '소비자 일괄 구제'를 요구한 즉시연금과 관련한 논란이 가열한다. 보험사들은 최대 1조원까지 달할 수 있는 돈을 갑자기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거 약관이 부실했던 관행이 근본적 원인인데 책임을 일방적으로 보험사에게만 돌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일괄 구제를 주문한 문제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 금액은 7000억~8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미지급액이 약 4000억원, 2위인 한화생명 미지급액이 약 800억원 등이다. 기존 가입자 전체를 구제한다고 가정하면 대상은 약 16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일시에 낸 보험료에서 일정한 이율(공시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을 곱해서 산출한 금액 중,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떼고 나서 매월 연금을 준다. 문제는 기존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시연금 약관은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했다. 산출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문구가 없다. 생명보험사들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근거로 사업비, 위험보험료 등을 뗀 뒤에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을 적립했다. 만기까지 계약자에게 받은 돈을 굴려서 낸 운용 수익을 붙여준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만기환급금은 단순히 보험료에 이율을 곱해서 적립한 금액보다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관에 만기보험금에서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규정이 없는데 보험사가 줄 연금을 덜 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쟁이 나오자 금감원은 지난 4월 분쟁을 제기했던 삼성생명 가입자 A씨의 편을 들어줬다. 약관에 공제에 대한 명시가 없으므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른 공제는 효력이 없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생명보험사들은 분쟁 과정 중인 지난 1월 약관에 해당 공제 내용을 명시했다. 문제는 그 이전 계약들이다. 금감원이 이전 계약자들에 대해 분쟁 조정 결정을 소급 적용하라고 했으나, 보험사들이 아직까지 실행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오자 지난 9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첫 언론브리핑에서 "미지급 즉시연금에 대해 일괄 구제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여론을 일으켜서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에서 금감원과 맞서다 최고경영자(CEO) 제재 등으로 '혼쭐'이 났던 학습효과가 있다. 더 큰 부메랑을 맞기 보다는 감독당국의 주문을 수용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안 주려고 버틴다기 보다는 일괄 구제 적용시 환급 금액과 대상 등을 추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계약자와 액수가 엮인 삼성생명은 이달 말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삼성생명의 결정이 다른 보험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자살보험금 논란과 이번 사태 모두 '부실 약관'이라는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고질적 병폐에서 비롯됐는데, 보험사들만 일방적으로 악(惡)으로 몰고 있다는 우려다. 과거에는 일본 등 외국 약관을 그대로 베낀 표준 약관을 금감원으로부터 약관 심사·허가를 받아서 모든 보험사들이 가져다 쓰는 관행이 만연했다.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암보험금 등 굵직한 논란거리 모두 이같은 부실 약관에서 출발한다. 금감원도 과거에 부실 약관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일정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 약관에는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소급 적용하면 배임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금감원은 이런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감독당국의 권한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들에게 자체적으로 조치하라고 주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문제에 일괄 구제 제도를 적용하도록 보험사들을 지도하고, 취지에 위배되는 미지급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정 대상인 보험사 관계자는 "계약자 개인별로도 계약구조가 다 달라서 무 자르듯 일괄 적용해서 환급 금액을 추산하기가 어렵다"며 "자체 법률 검토 등을 통해 금감원의 주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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