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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사이.. 오바마 히로시마 방일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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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사이.. 오바마 히로시마 방일 고심

입력
2016.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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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의 방일 이끈 케네디 주일 美대사

선친 존 F케네디 핵군축 유지 따라

오바마에게도 추모현장 방문 호소

대선 나선 우군 힐러리에겐 악재

現정부 모든 노선 계승 공언

공화당 ‘사죄외교’ 반발 거세

버락 오바마와 캐롤라인 케네디 (AP=연합뉴스DB)
버락 오바마와 캐롤라인 케네디 (AP=연합뉴스DB)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월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는 계획과 관련해 두 여성의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고지도자가 히로시마에서 원폭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이벤트를 고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오바마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끼칠 두 여성으로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주시하고 있다.

케네디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긍정적 역할을 할 인물로 일본이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4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히로시마 G7외무장관회의 때 원폭기념관을 찾은 것은 케네디 대사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 현직 장관이 전후 71년 만에 처음으로 피폭지를 방문한 배경에 그의 숨은 공이 있었다는 것이다.

케네디 대사는 실제 지난달 말 워싱턴으로 건너가 백악관에 들어간 뒤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평화공원 방문을 재확약받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원폭의 참상을 추모하는 현장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케네디 대사는 특히 케리 장관과도 개인적 친분이 깊다. 그는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자녀 중 유일한 혈육이며, 케리 장관은 케네디 집안의 근거지인 매사추세츠주에서 오랫동안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케네디 대사가 케리 장관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행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케네디 집안의 스토리가 한 몫하고 있다. 그의 선친인 존F 케네디는 1962년 전세계를 핵전쟁 공포로 몰아넣은 쿠바미사일 위기를 극복한 뒤 핵군축을 주장했다. 63년 6월 워싱턴의 아메리칸대 졸업식에서는 “평화추구는 전쟁추구만큼 극적이지 않지만 이보다 급한 일은 없다, 인류운명에 관해 어떤 문제도 인간 그 자체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유명한 연설로 소련에 핵군축을 제안했다. 선친의 이 연설은 케네디 대사의 정체성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학생시절인 78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삼촌인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히로시마평화공원을 답사한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을 감안할 때 오바마 정부 탄생 후 주일대사로 발령받은 캐롤라인이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기획하는 것은 선친의 유지를 받드는 차원에서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전을 치르고 있는 클린턴 전 장관을 생각하면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당장 공화당 측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사죄외교’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외교를 포함한 오바마 정부의 모든 노선을 계승한다고 공언한 만큼 자신의 히로시마 방문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고스란히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둘의 상반된 입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프라하에서 행한 ‘핵무기 없는 세계’연설의 결정판이 5월 히로시마에서 탄생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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