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5.12.22 11:03
수정 : 2015.12.22 15:22

유기묘가 행복한 '유ㆍ행 카페'

[고은경의 반려배려] 쉼터 '커피타는 고양이'

등록 : 2015.12.22 11:03
수정 : 2015.12.22 15:22

서울 잠실본동 커피타는 고양이의 인기 고양이 바비. 한쪽 눈 각막에 화상을 입어 백탁현상이 있지만 사람을 잘 따른다. 특기는 꾹꾹이(어미의 젖을 빨 때 배를 발로 누르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고양이의 최고 애교 행동). 최현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3)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먹자골목 뒤편 건물 4층에는 고양이 카페가 있다. 탁자부터 의자, 책장, 난로 위까지 모두 고양이들 차지다.

고양이들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카페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도 한다.

다른 고양이 카페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곳 ‘커피타는 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이 카페에 사는 고양이 40마리 대부분이 주인으로부터 버림 받았거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조됐다는 점이다. 해외에는 유기동물 입양과 홍보를 하며 수익금은 동물보호를 위해 쓰이는 동물 카페들이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입장료나 음료 값을 내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질 수 있어 ‘동물은 괴로운’ 동물 카페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역시 다른 고양이 카페와 다르게 코리안쇼트헤어(길고양이) 출신들도 많고, 또 품종묘라고 해도 아픈 곳이 많아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곳이 처음부터 유기묘들의 쉼터였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윤소해씨는 2년 전 손님으로 이 카페를 찾았다. 당시 20마리의 고양이들이 처음 본 윤씨를 부채꼴 모양으로 반겼고, 대부분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 카페를 빠져나오면서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초점 없는 시선의 깡 마른 고양이들을 가슴 한 켠에 담아두었다. 그러던 차에 고양이 카페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카페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들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고 결국 병원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카페 빚도 쌓이게 됐다. 하지만 검정색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7마리 고양이 새끼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 남은 라떼, 카페 문 앞에 5만원이 든 봉투와 함께 버려진 퐁당이 등 윤씨가 구조한 고양이들이 카페로 들어오면서 식구는 2배로 늘었다.

서울 잠실본동 '커피타는 고양이'에서는 유기묘 출신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최현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3)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카페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카페에 대한 3,200여명의 지원과 응원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워 카페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윤씨는 병원미수금을 비롯 운영비, 캣맘들의 사료와 물품 지원비용 마련을 위해 한 포털 사이트의 펀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고, 네티즌들의 손길이 더해지면서 결국 목표였던 500만원을 훨씬 초과한 6,700여만원이 모였다. 물론 이 가운데 후원한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지급한‘커피타는 고양이’책과 고양이가 그려진 작은 주머니, 고양이 모양의 수제 천연비누 제작비를 제외하면 그간 쌓인 빚을 갚는 데는 부족하다. 하지만 자신의 일처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마음이 윤씨가 카페를 지탱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만 본다면 이 카페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고양이들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며 수천명의 응원과 지지하는 마음이 더해진 곳이다. 윤씨는 “카페를 그만두기 위해 카페를 운영한다”고 한다. 더 이상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없어서 카페 문을 닫게 되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위해서는 이곳이 계속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 “고양이 카페 문 어서 닫고 싶어요.”

‘커피타는 고양이’ 운영자 윤소해씨 인터뷰 보기

▶꾹꾹이하는 고양이 바비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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