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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 옆에서도 ‘뻐끔뻐끔’…전자담배 간접흡연 불감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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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 옆에서도 ‘뻐끔뻐끔’…전자담배 간접흡연 불감증 논란

입력
2017.10.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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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공릉동에 사는 대학생 A씨(25)는 최근 귀갓길에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전자담배를 손에 쥔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갓난 아이를 옆에 두고 이렇게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이 남성에 물었지만 “괜찮아요. 이거 전자담배에요”란 웃음 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아무리 전자담배라고는 하지만 갓난 아이를 바로 옆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피운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갓난 아이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자담배의 간접흡연 불감증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낮다는 인식 아래, 불붙은 전자담배의 대중화 바람과 함께 간접흡연에 따른 피해도 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유통 중인 전자담배는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뉜다. 액상형은 기기 안에 액체를 넣어 피우는 방식이고, 궐련형은 기존 일반담배와 외형이 비슷한 궐련을 기기에 끼워서 흡연하는 형태다. 특히 두 가지 유형 모두 수증기 형태의 연기가 나지만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특징으로 애연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0만달러에 머물렀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2015년엔 1,352만달러까지 13배 이상 급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지난 6월 처음으로 국내 선보인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 속에 8월엔 3,723만2,000달러 규모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동안 관망세를 보여왔던 국내 담배업계 1위 업체인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G 관계자는 “정확하게 출시 시점을 못 박을 순 없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자담배의 유해성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35종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는 물론 유해성분인 니코틴, 아세톤, 프로피오달데히드가 검출됐다. 지난 7월 스위스 베른대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양은 기존 일반담배와 크게 차이가 없고 특히 살충제 원료로 쓰이는 아세나프텐이라는 물질의 양은 기존 일반담배보다 3배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정작 애연가들 사이에선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전자담배 애용자인 B씨(31)는 “전자 담배가 몸에 좋은 건 아니지만, 발암 물질이 일반 담배에 비해 현저히 적고 간접흡연의 영향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흡연이 금연을 위한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직장인 남모씨(28)는 “흡연자들끼리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선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에겐 전자담배를 선물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다” 고 귀띔했다.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도 눈에 띈다. 서울 명륜동에 사는 대학생 K씨(29)는 “실외 금연구역은 고사하고 학교 실내 도서관에서조차 당당하게 전자담배를 피워대는 학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주변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담배법에선 전자담배 이용자들도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전문가들은 담배회사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홍보성 정보만 믿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의학협회지(JAMA)의 부편집장 미첼 카츠 박사는 “전자담배는 수증기 형태로 나와 유해물질 등이 보이지 않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비흡연자들이 연기를 피하지 못해 간접 흡연 측면에서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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