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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전쟁의 참상 전시… 사회적 각성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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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전쟁의 참상 전시… 사회적 각성 계기되길”

입력
2017.08.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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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 1세대 심진태씨, 합천원폭자료관 개관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군지부장은 8일 합천원폭자료관 전시실에서 원폭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합천군 제공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군지부장은 8일 합천원폭자료관 전시실에서 원폭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합천군 제공

“원폭 투하 72년 만에 문을 연 원폭 자료관은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닌 전쟁과 핵무기의 참상을 알리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자 피폭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일깨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 입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미군이 투하한 원자폭탄이 터진 지 72년 만인 지난 6일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한국인 중 합천 출신 원폭피해자가 가장 많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곳에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가 이날 합천원폭자료관을 개관한 것이다. 운영을 맡고 있는 심진태(74)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원폭 자료관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후세들에게 원폭 피해에 대한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씨는 1943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원폭 피해 1세대다. 세 살 되던 해 원폭이 떨어졌던 곳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다 원폭 피해가 뭔지도 모른 채 귀국해 지금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007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원폭피해자 현황은 기록돼 있지만 이들이 왜 일본으로 와서 피폭을 당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규모는 작더라도 생생한 피폭상황을 알려 줄 자료관 건립을 결심했다. 귀국과 동시에 원폭 피해자들과 자료관 건립을 위한 기금모금에 나서 지난해까지 2억3,800만원을 모았으나 자료관 건립엔 턱없이 부족했다.

히로시마 피폭 상황 알리려

기금·피해자 증언 등 모아

합천 세계평화 공원 추진도

“피폭 상황을 증언해 줄 피폭 1세대의 나이가 80대 안팎에 이르러 더 이상 자료관 건립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하창환 합천군수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합천군의 노력으로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15억원을 확보하자 경남도비(3억원)와 군비(3억원)등 21억원으로 지난해 1월 착공했다. 하지만 막상 전시자료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생존해 있는 피폭1세대의 생생한 증언으로 자료관을 채운다면 사회의 각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 1세 2,400여명에게 공문을 보냈다. 피해자들이 일본에 머무르게 된 경위와 일제 강점기 때 겪은 고통, 원폭 투하 당시 피해상황 등을 자필 진술서 형식으로 받기로 했다.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은 피해자들은 가족 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진술서를 작성토록 했다.

전시실에는 300여명의 원폭 피해자들과 자녀들이 끔찍하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피폭 당시 상황을 적은 기록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심씨는 “(원폭 자료관이)국내 최초라는 수식어와 다른 자료관이나 기록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한국의 원폭 피해자는 일본과 달리 타의에 의해 징용에 끌려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후손들에게 역사 교육의 장으로 소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자료 보강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해 5월 제정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지원 대상에서 피폭 2·3세대가 제외돼 반쪽짜리 법에 그치고 있는 등 원폭 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은 여전하다”며 안타까워했다.

2015년 UN본부와 지난해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해 한국 원폭피해자들의 한맺힌 요구를 전달하기도 한 심씨는 비핵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기 위한 ‘합천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합천=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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