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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지 돌리는 변호사…돈 쓸어담는 대형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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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지 돌리는 변호사…돈 쓸어담는 대형로펌

입력
2014.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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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업… 수임료 떼먹고… 생계형비리 사례 급증 추세

法 위반 진정 8년 만에 7배 ↑ 김앤장은 1인 매출 7억 돌파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법조타운의 법률사무소 간판. 지난달 등록된 변호사가 2만명을 돌파하며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법조타운의 법률사무소 간판. 지난달 등록된 변호사가 2만명을 돌파하며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서울에서 사무실을 열고 8년째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급감하자 ‘형사, 민사 사건 모두 능통’이라는 취지의 안내 전단지를 만들고 무차별적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의 수임은 늘지 않았고, 누군가 서울변호사회에 신고해 광고규정 위반한 대상자로 이름을 올려야 했다.

줄어든 사건 수임으로 운영난에 빠진 A로펌은 고만고만한 변호사들 사이에서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고 일반 직원들의 직함을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 존재하지 않는 법률·금융단체 이름을 내세우고 해당 단체의 ‘대표회장’‘관리이사’등으로 둔갑시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불법 브로커들의 활동을 막기 위해 로펌 소속 직원의 직책과 신분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으로 결국 지난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달 등록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법조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로스쿨 변호사들이 매년 1,000여명 넘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소형 사건 수임으로 삶을 영위하던 대다수의 일반 변호사들이 경제 위기에 봉착, 불법 영업을 하거나 수임료를 반환하지 않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반면 대형 로펌들은 오히려 몸집 불리기에 나서 중형 로펌들이 맡아 오던 기업 사건까지 모조리 쓸어가면서 소득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김앤장은 변호사 1인당 매출이 7억원을 돌파했다.

소형 로펌에서 6년째 근무하다 최근 사내 변호사로 이직한 C씨는 “수임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젊은 변호사들은 아파트에 광고지라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매일 들었다”고 과거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사무장(직원)이 편법을 동원해 수임해온 사건도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냐’며 모른 척 진행하는 변호사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생존 경쟁에 내몰린 개인 변호사들은 불법 광고, 직원 위장 고용 등 각종 비리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접수된 변호사법 위반 진정 사건은 총 421건으로, 8년 만에 7배가 증가했다. 2006년 59건에 불과했던 진정사건 수치는 2009년 329건이 접수돼 2012년까지 370건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다 지난해 400건을 돌파했다. 이 중 폭증한 것이 2006년 11건에서 지난해 103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사례인데, 과거에는 극소수 변호사의 돌출행동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불법 광고 등 생계형 비리가 이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이 같은 생계형 비리의 증가가 고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승철 서울변회 회장은 “사법시험 시대의 변호사들은 적정한 인원이 유지되면서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에서 활동해 장사꾼이 아닌 선비 같은 공익 유지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변호사 2만명을 돌파한 로스쿨 시대에선 신규 혹은 개인 변호사들의 경우 장사꾼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2만명 시대의 그늘은 깊다. 늘어난 변호사 수로 시장에 풀리는 돈이 쪼개지다 보니 고객의 돈을 횡령하는 심각한 위법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접수된 진정 사건 중 변호사 선임료를 반환하지 않거나, 법을 모르는 고객들에게 과다한 수임료를 받아내 발생한 분쟁은 지난해 156건에 달했다. 39건에 불과했던 2006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대부분의 분쟁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 생긴, 이른바 고객의 푼돈을 횡령한 사건이다.

자비로 미국으로 연수를 떠날 예정인 변호사 D씨는 소속 로펌의 행태에 환멸을 느껴 지난해 사표를 썼다. 그는 “로펌 동료 변호사가 의뢰인이 ‘상대 당사자에게 전달해달라’고 맡긴 화해권고 결정금 500만원을 전달하지 않았고, 해당 의뢰인은 나중에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받은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며 “동료 변호사가 몇 백만원 더 챙기려고 그 의뢰인의 연락을 피하며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아, 이 바닥도 이젠 갈 데까지 가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시험이 상대평가로서 일정 비율 이상을 합격시키고 대규모 변호사가 배출되다 보니 변론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성실한 변론으로 진정이 접수된 사례는 2006년 4건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114건까지 증가했다. 민사사건 전문의 중견 변호사 E씨는 “최근 법정에서 만난 젊은 변호사들이 제출한 서면과 증거자료를 보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저렇게 무성의하게 변론하고 (고객에게) 돈을 받아갈 것을 생각하니 동종업계 사람으로 내가 더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많은 개인 변호사들이 불법에 기댈 만큼 생존 자체에 허덕이는 반면 대형 로펌들은 수익 규모가 흔들림이 없거나 증가하고 있다. 김앤장,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화우 등 국내 6대 대형 로펌들의 로펌들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2011년 5억3,100여만원을 기록한 후 2012년엔 5억3,400여만원, 지난해엔 5억4,280여만원까지 올랐다. 각 로펌별 1인당 수익을 살펴보면, 업계 1위인 김앤장의 독보적인 상승세가 눈에 띈다. 김앤장은 2011년 1인당 5억5,8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뒤, 2012년과 지난해엔 각각 6억7,200만원, 7억4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나머지 5대 로펌들은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로펌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김앤장이 지난 3년 동안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동시에 경쟁 로펌의 스타 변호사들도 대거 스카우트해 매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며 “공동 작업을 한 뒤 회사와 팀원끼리 나누는 다른 로펌들에 비해 일 한만큼 벌어가는 김앤장 특유의 사업 형태가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로펌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법조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분류되는 국내 대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몰리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장이 급속히 양극화하자 대기업들은 전문성이 있는 중형 로펌보다 충분한 인력 투입이 가능하고, 전관 출신 변호사를 다수 확보한 대형 로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SK, 한화, CJ그룹 등 최근 3년 내 진행된 대기업 오너들의 형사 재판에서 모두 김앤장 혹은 태평양 등 대형 로펌이 사건을 수임했다. 이 같은 기류는 중견 기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한 뒤 해외 로펌으로 이직한 한 원로급 변호사는 “대기업 법무팀들이 재판에서 지더라도 일단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 ‘면피’하려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형사재판에 강점을 두고 영업을 하던 중형 로펌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대기업 입장에선 자신들의 오너를 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할 수 있는 로펌이 외형상 안전해 보인다는 점과 대형 로펌의 전관 변호사들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가질 수 있어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로펌 대표 변호사는 “법조 시장의 양극화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대형 로펌의 폭주를 막기보다, 중형 로펌들이 각자 강점이 있는 영역을 살려 (사건 수임에 있어서) 느슨한 형태의 합종연횡(연대)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률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을 막는 것은 결국 공정한 시장의 룰을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변협이 전관들의 무분별한 수임 활동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넘어선 강도 높은 처벌 대책을 마련하고, 젊은 변호사들의 수익 다변화를 위한 제도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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