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보다 발병률 낮지만 사망률 더 높아
골다공증은 폐경 이후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여성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년 남성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골다공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골감소증(뼈 소실량이 뼈 생성량보다 더 많은 증상)까지 합하면 50대 이상 남성 절반 이상이 뼈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김경민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골다공증 발병률이 낮지만 골절이 발생했을 때 사망률 등은 여성보다 오히려 높아 남성 중에서도 골다공증 위험인지가 있다면 검사나 예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50세 이상 남성 중 54% 뼈 건강 ‘비상’
골다공증은 골밀도 검사로 측정하는 T값으로 판단한다. 이 값이 -1이상이면 정상이고, -1.0~-2.5라면 골감소증, -2.5이하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는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작은 충격으로 골절이 돼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골다공증이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한영양사협회지에 실린 논문(이혜상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 1,136명 가운데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에 걸린 사람이 각각 46.3%, 7.3%로 둘을 합치면 절반을 넘긴 53.6%나 됐다.
하지만 남성들은 골다공증을 방치하고 있다. 여성들이 폐경 이후 골다공증에 대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골다공증이 여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남성들은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골절이 된 뒤에도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내분비학회ㆍ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50세 이상 골다공증에 걸린 사람 가운데 자신이 골다공증이라는 사실을 아는 경우가 여성은 24%인 반면 남성은 10.6%에 불과하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됐을 때 1년 이내 사망하는 경우가 남성은 21%로 여성(14.8%)보다 1.4배 높았다.
남성 골다공증 환자는 방치되다 보니 고령에서 골절이 잘 발생한다. 주로 손목 척추 대퇴(넓적다리)가 잘 부러진다. 이 가운데 대퇴 골절은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남성은 70세 이후 대퇴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률이 54%로 여성(34%)보다 1.5배나 높다. 김덕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치료 과정 중 기저 질환이 악화하거나 폐렴ㆍ색전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골다공증으로 한 번 골절되면 다른 부위에서 또 다른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양규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근위 대퇴골 골절의 경우 2차 대퇴골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3배나 높다”며 “손목 골절 후 다시 손목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3.8배나 되고 대퇴골 골절은 1.9배, 척추 골절은 1.3배나 된다”고 했다.
“음주ㆍ흡연, 남성 골다공증의 주 원인”
남성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음주다. 만성 음주는 골소실을 초래하고 골절 위험도도 높인다.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뼈에 대한 음주의 역할은 마시는 양이 많을수록 마신 햇수가 많아질수록 더 나쁜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동물실험에서도 입증됐다.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술을 과량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투여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술을 제공받은 쥐 그룹은 다른 대조 그룹에 비해 골밀도가 20%정도 더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술이 뼈에 가하는 직접적 영향은 뼈를 만드는 중요한 세포인 조골세포 증식과 기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 활동을 늘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뼈가 소실되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양이 줄어 골밀도가 낮아진다.
간접적 영향으로는 신체 내 여러 호르몬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즉 만성 음주를 하는 경우 성호르몬(특히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체내 전해질 이상을 유발하며 뼈에 아주 중요한 활성형 비타민D에도 이상을 가져온다.
임 교수는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폭음을 자주하는 남성은 골다공증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젊은이나 중년 모두 음주력이 많으면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흡연도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인자로 분류된다. 대부분 음주를 하는 경우, 흡연을 동시에 할 확률도 높기에 발생 위험도는 배가 된다.
골감소증 환자 가운데 골절하는 사고가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X선 촬영 등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이 확인된 골감소증 환자에게도 골밀도 검사와 무관하게 3년간 보험급여를 인정해주고 있다.
“칼슘 보조제나 멸치ㆍ우유 섭취해야”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각하기 어렵다. 김경민 교수는 “남성들은 골다공증에 무신경해 골절이 생기고 나서야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며 “뼈는 한번 망가지면 전처럼 건강하게 되돌릴 수 없으므로 초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남성은 골다공증 위험인자가 있다면 50세 이후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험요소가 없는 사람은 70세 이후부터 골밀도 검사를 받으면 된다. 골밀도 검사에서 골감소증으로 진단받은 사람 가운데 가족력, 음주, 스테로이드, 전립선암 등 골다공증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남성이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여성처럼 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요법으로 되지 않는다. 대신 인체에 충분히 공급해줘야 할 주 영양소가 칼슘과 비타민D다. 혈중 칼슘이 부족해지면 뼈의 칼슘을 끌어다 쓰는데 비타민D는 칼슘이 체내에 효과적으로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칼슘은 멸치 우유 뱅어포 같은 식품이나 영양제로 보충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비타민D와 칼슘이 합성ㆍ흡수되는 효율이 떨어지므로 보조제를 먹는 것도 도움된다. 50대 이상 남성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슘은 1,200㎎이다. 우유(한 컵 칼슘량 224㎎)나 유제품(치즈 한 장 123㎎), 뼈째 먹는 생선(잔멸치 2큰술 90㎎) 등이 좋다. 소장에서 칼슘 흡수를 할 때 필수적인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생성되므로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햇볕을 쬐는 게 좋다.
운동도 뼈에 자극을 줘 골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영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가벼운 조깅처럼 뼈에 적절한 하중이 실리는 유산소운동을 1주에 3차례 정도 하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뼈 건강을 위한 다섯 가지 수칙>
①체중이 실리는 운동, 주 2회 이상 규칙적으로
②뼈 건강을 위한 영양섭취(칼슘ㆍ비타민D는 많이, 나트륨은 적게)
③건강한 생활수칙(금연ㆍ적당한 음주ㆍ표준체중 유지)
④의사와 상담해 위험 요인 일찍 발견하기
⑤처방받은 골다공증약 꾸준히 잘 먹기
<자료: 대한내분비학회>
<남성골다공증 자가진단표>
드라마 ‘혼술남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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