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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기문 찬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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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기문 찬양가

입력
2016.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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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9년부터 보급한 노래 중 ‘발걸음’이라는 게 있다. “척척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찬양곡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 교향악단 우륵심포니오케스트라가 9월 말 뉴욕에서 공연할 때 이 곡을 슬쩍 집어넣어 연주한 적이 있다. 공연장에 있던 미국인들이 곡의 의미를 몰라서 그랬지 만약 김정은 찬양곡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기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곡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최근 공개된 ‘거목 반기문’이라는 노래도 얼굴을 화끈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백마가 주인 없어 승천을 했던/ 삼신산의 정기를 받아…충청도에 출생하셨네/ 오대양과 육대주를 아우르는 대한의 아들…천지 간에 인류문명까지/ 덩이지게 할(하나로 만들) 거목이어라.” 반 총장이 성장하고 학교를 다닌 충북 충주의 한 가수가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낯뜨거운 찬양 일색이다. 네티즌들이 “우상화”라며 들고 일어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은 과거의 우상과 동상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반발이 거세자 반 총장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충주시지회 창립기념행사에서 합창하겠다던 계획을 취소했다.

▦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는 그의 동상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정면에서 볼 때 왼쪽 의자에 반 총장이 앉아 있고 오른 쪽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위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떠올리게 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단발 소녀가 오른쪽에 앉고 빈 의자가 왼쪽에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반 총장이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큰 용단이라고 높게 평가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점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동상이다. 동상은 얼마 전 철거됐다.

▦ 음성, 충주 등 연고지에는 복원된 생가와 기념관, 도로 등 그를 띄우려는 시설이 많다. 청주공항을 반기문 공항으로 만들자거나 “음성군이 반기문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다. 관련 자치단체는 반기문 마케팅으로 지역을 알리겠다는 생각이지만 생존 인물을 우상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북한이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실패한 사무총장’이라는 해외의 평가와 달리 국내에서 대선주자 1, 2위를 다투는 그는 당장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부터 씻는 게 필요하다.

박광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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