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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의 탈을 쓴 ‘대포’ 대부업체 활개, 지자체는 단속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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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의 탈을 쓴 ‘대포’ 대부업체 활개, 지자체는 단속 한계

입력
2018.05.03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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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깨끗한 조직원 내세워

지자체 등록한 뒤 고금리 장사

서울에만 대부업체 2882개

단속 공무원은 총 28명뿐

“일상 행정도 벅차 단속 손 못 대”

경찰이 불법 채권추심을 한 대부업체 조직에게서 압수한 대포통장.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경찰이 불법 채권추심을 한 대부업체 조직에게서 압수한 대포통장.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자영업자 배모(50)씨는 지난해 11월 200만원을 빌리기 위해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 업체 직원은 배씨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30만원을 빌려 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연리로 따지면 3,900%가 넘는 초고금리다. 배씨가 돈을 구하지 못해 연체하자 가족에게까지 연락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로 협박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1만1,000명에게 23억원을 가로챈 혐의(범죄단체조직 및 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64명을 검거하고 그중 총책 장모(24)씨 등 15명을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대부분은 온라인 대부광고를 보고서 문제의 업체를 알게 됐다. 장씨 일당은 서울의 한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3곳에 대부업체를 등록하고 대부중개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한 뒤, 실제로는 불법 영업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대부업체등록번호를 부여한 지자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장씨 일당이 붙잡힌 이후에도 알지 못했다. 감독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지자체에 등록을 한 뒤 ‘합법’ 행세를 하며 실제로는 고금리를 독촉하고 불법 추심을 하는 대부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신청서 등 몇 가지 서류만 구비하면 특별한 전과가 없는 한 누구나 대부업 등록이 가능하기에, 대규모 불법 대부업체 조직은 그나마 신원이 깨끗한 조직원을 앞세워 ‘대포’ 대부업체를 만드는 실정이다. 정작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기본 점검조차 인원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대포 대부업체 횡포는 만연한 상황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1월부터 한 달간 등록대부업체 특별 점검을 벌여 17명을 불법 대부업으로 형사 입건했다. 단속에 걸리지 않은 대포 대부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합법의 탈을 쓴 불법 대부업체가 온라인 대부광고를 장악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 합법 업체라 소개하며 교묘히 다가간다”고 귀띔했다.

평소에 대포 대부업체가 단속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등록대부업체 수에 비해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2일 현재 서울 내 25개 구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2,882개에 달하나, 담당 공무원은 서울시 소속 두 명을 포함해 총 28명뿐이다. 두 명이 관리하는 강남구를 뺀 나머지 구청은 모두 한 명뿐이다. 산술적으로 구청 공무원 1명당 약 111개 업체를 관리해야 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 달에 2, 3곳 업체밖에 점검하지 못한다”라며 ’떴다방’식으로 생기는 신규 대부업체는 사실상 단속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지역 사정도 비슷하다. 공무원 1명이 대부업체 관련 모든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대포 대부업체 점검까지 나갔으나 불법 영업을 적발하지 못한 지자체도 있다. 한 광역시 공무원은 “일상 행정 처리가 바빠 단속은 거의 못 나가고, 신고가 들어오면 가끔 나가 보는 정도”라고 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공무원이 모두 금융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다른 업무까지 겸임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라며 “전담 공무원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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