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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등록 : 2017.09.14 16:52
수정 : 2017.09.14 20:38

의욕만 넘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북한 판단 착오 우려”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 논란

등록 : 2017.09.14 16:52
수정 : 2017.09.14 20:38

미사일 발사 직후 베를린 구상

조급한 발표로 또 타이밍 어긋나

“남북관계 개선 과도한 기대 속

北에 잘못된 신호 보낸 격”

국제사회 압박 기조와도 배치

“운신의 폭 스스로 좁혀”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베를린 구상에서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의욕이 넘치고 북한을 변화로 유도할 나름의 청사진도 마련했지만 연거푸 타이밍이 어긋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압박 기조와도 배치돼 정부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7월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남북관계의 전 분야를 망라한 대북구상을 밝혔다. 북한의 도발국면에 아랑곳없이 대화에 방점이 찍힌 담대한 제안이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던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성도 또렷이 드러났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베를린 구상 자체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 불과 이틀 전인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한은 화성-14형 미사일을 쐈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명되면서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찰나였다. 더구나 김정은이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보낼 것”이라고 조롱하며 추가 미사일 도발을 예고하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험악해졌다. 유엔 안보리는 결국 이 즈음부터 논의를 시작해 8월에 대북제재 2371호를 채택했다.

이후 북한은 거침없는 도발로 우리 정부를 농락했다. 7월 28일 화성-14형을 또다시 발사하더니 지난달 29일에는 일본 열도를 넘겨 화성-12형 미사일을 쐈고, 급기야 이달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사이 정부는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무시전략에 막혀 무위에 그쳤다.

이번 대북지원도 마찬가지다. 유엔 안보리가 12일 대북제재 2375호를 채택한 지 고작 이틀 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원유 공급 중단의 극단적 대북 제재를 요청한 지도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21일 확정할 사안을 통일부는 1주일 앞당겨 이날 조급하게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인도적 지원은 했던 전례가 있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인 만큼 명분도 갖췄지만, 이번에도 원칙만 고집하다 보니 최적의 시점을 잡지는 못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좀더 시간을 갖고 확정된 후에 발표해도 되는데 이렇게 서두른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치는 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의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는 과거 북한과 채널도 있고 했으니, 가동을 하면 2007년 10월 4일(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화 프레임이나 유화책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고 미국과 중국을 견인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의지 또한 사방에서 도전을 받는 형국이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관계를 통해 우리 주도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국면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허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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