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제재를 주문한 게 작년 1월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5월 ‘1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 경유 사실을 알고도 병원 내 의료진에게 공유하지 않아 같은 병원을 경유한 ‘14번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했다. 이게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이 환자와 접촉한 이들의 명단을 파악해놓고도 일부만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 업무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차일피일 제재를 미뤘다. ‘삼성 봐주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했다. 그런데 복지부가 뒤늦게 삼성서울병원에 제재를 취한 것으로 확인된 시점은 지난달 26일. 영업정지 15일과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겠다고 사전 통보했다고 한다.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시기가 참 묘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외압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관리하는 복지부 연금정책국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지 불과 닷새 뒤였다.
복지부의 해명도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정부가 주는 메르스 손실보상금이 돌아가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문제가 겹쳐 조치를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 시행령이 시행된 건 작년 6월말이었다. 그로부터도 6개월이 더 걸렸다는 얘기다. “감염병관리법 위한 관련 최초 처분인데다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패소하지 않기 위해 충분한 법리 검토가 필요했다”고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순실 게이트‘로 모든 사안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점에 복지부가 뒤늦게 찜찜한 부분을 정리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흘러 나온다. 단순히 얄팍한 처신이었을 수도 있고, 실제 봐주기가 있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뒤늦게나마 제재를 했다고 그냥 덮고 끝낼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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